[다우존스지수 10,000P 돌파]세계증시『오 해피 데이』

  • 입력 1999년 3월 17일 07시 59분


“넘었다!”

16일 미국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한때 10,000 포인트의 벽을 넘자 뉴욕은 물론 세계금융가 전체가 온통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뉴욕증시 관계자들은 손을 흔들며 환호했고 CNN방송은 그 역사적 순간을 생중계했다. 다우지수는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체온계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1896년 찰스 다우에 의해 다우지수가 도입된 이래 1백3년만에 다우지수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이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 증시 또한 신기록행진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주가상승의 가장 큰 동력원은 역시 탄탄한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다. 지금 미국경제는 성장기조가 96개월째 이어지는 태평성대다.

브라질과 러시아 때문에 세계금융위기 공포가 떠돌던 작년 4·4분기에도 미국은 6.1%의 고성장을 누렸다. 실업률은 4.4%(2월)로 아주 낮다. ‘고성장의 필연적 대가’라는 인플레도 1.6% 수준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게다가 국제 금융불안으로 투자할 곳을 잃은 뭉칫돈이 ‘안전금고’인 미국으로 계속 몰려들어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여유돈이 집중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커져 달러화도 줄곧 강세다. 미국의 물가안정도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원자재값 폭락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 침체 덕분에 미국경제가 뜻하지 않은 호황지속이라는 반사이익을 누린다”고 설명한다.

세계시장의 수요감퇴는 미국의 활기찬 소비가 상쇄하고 있다. 11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소비자판매 증가율은 0.9%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우지수 10,000 돌파의 환호 뒤에는 우려와 두려움도 없지 않다. 거품붕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주가상승을 주도하는 인터넷 등 첨단 기술주들이 기업의 실제가치를 뛰어넘었다는 경고의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까지 나서 인터넷 관련주의 거품을 경고할 정도다. 특히 여유돈이 몰려드는 바람에 주가가 치솟는다는 것은 전형적인 ‘금융장세’를 의미하는 것. 금융장세는 바로 거품경제를 뜻한다.

경기과열을 차단하려는 FRB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증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기록적으로 늘어나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도 불안요인이다. 그래서 다우지수는 이제 ‘10,000포인트 돌파의 흥분’과 ‘반동에 의한 조정’이 교차하는 혼돈기에 들어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