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기업들, 미국行 이유있다…좌파연정 고세율정책 영향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17분


“독일기업들이 쳐들어온다.”

24일 독일 최대상업은행인 도이체방크가 미국 8위 은행인 뱅커스 트러스트사를 97억달러에 인수키로 잠정 합의한 소식이 전해진 24일 워싱턴의 한 미국관리는 이렇게 표현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번 인수로 “금융에 관한 한 우리가 최고”라던 미국 금융계의 자존심을 누르며 자산규모 8천억달러인 세계 최대의 상업은행으로 올라서게 된다.

독일기업의 미국진출은 도이체 방크가 세번째. 올들어 다임러 벤츠 자동차가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합병했고 종합미디어 그룹인 베르텔스만이 권위있는 랜덤하우스를 14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최대의 출판사로 발돋움했다.

게다가 독일의 두번째 상업은행인 드레스드너방크도 미국 4대 증권사인 페인 웨버를 상대로 인수협상을 벌이는 판국이니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미국언론은 독일기업의 잇단 ‘진출’에 의외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언론들의 보도는 두려움이나 자존심 훼손보다 ‘독일의 기업환경이 얼마나 어려우면 미국으로 넘어오겠느냐’는 식이다.

뉴욕의 경영컨설턴트들도 “그렇지않아도 무거운 세금과 고임금에 시달리던 독일 기업들이 사회민주당―녹색당의 연립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세정책을 강화한 것이 탈(脫)독일러시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위르겐 쉬렘프 회장도 최근 “2년 안에 본사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미국 뉴욕으로 옮길지 모른다”고 발언, 독일에 심각한 심리적 타격을 입혔던 적이 있다.

베르텔스만사측도 랜덤하우스사의 인수를 계기로 앞으로 사내 공식언어를 독일어에서 영어로 바꾸겠다고 밝혀 독일기업의 ‘미국기업화’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정한 바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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