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영향력 약화?]남북관계-경제난 「불똥」 우려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54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 전백악관 인턴과의 성추문으로 탄핵위기에 몰리면서 남북관계와 한국의 경제난 극복노력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4일 “클린턴대통령의 지도력이 약화될 경우 미국정부가 한반도정책을 포함한 대외정책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커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걱정되는 것은 북한에 대해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발언권이 강화됨으로써 미국의 대북정책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클린턴대통령은 93년 취임 이후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여러면에서 우리 정부와 호흡을 같이해왔다. 안팎에서보수층의반대가 없지 않았지만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막고 서서히 변화를 유도하자는 이른바 ‘연착륙(소프트 랜딩)’정책을 고수해왔다.

94년의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도 그의 작품이었다. 4자회담 개최를 성사시켜 한반도의 평화체제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국제적 틀을 마련한 것도 북한을 대화와 개방의 테이블로 끌어낸다는 클린턴식 ‘포용정책’의 산물이었다.

미 국무부는 물론 한국의 외교통상부 관리들도 클린턴대통령을 역대 미국대통령 중 한반도문제를 가장 잘 이해한 대통령으로 꼽아왔다.따라서 그의 지도력이 현저히 약화될 경우 ‘연착륙정책’ ‘포용정책’에 반대해온 공화당이 한반도문제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대북 중유제공 △경제제재 완화 △테러지원국 해제 등이 차질을 빚게 되고 이같은 사태발전은 북―미관계 악화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의회의 지도자들에게 대북 포용정책의 유용성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클린턴대통령의 위기는 경제면에서도 한국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지금의 경제난을 극복하고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벗어나려면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인데 공화당은 클린턴식의 대한(對韓)지원을 썩 내켜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그동안 아시아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미국의 대(對)IMF 출연금 증액에 반대해왔다.

클린턴대통령의 지도력 위기의 첫 파장은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때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고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면 당장에 의회 분위기부터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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