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폭탄테러]이슬람 테러단체 온상 아프간「관심」

  • 입력 1998년 8월 11일 19시 30분


케냐와 탄자니아주재 미국대사관의 폭탄테러를 계기로 이슬람계 테러단체의 온상인 아프가니스탄이 새삼스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테러사건의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이 바로 아프가니스탄. 또 다른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이집트의 무장테러단체 지하드의 지도자 아이만 자하리의 근거지도 아프가니스탄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에 있는 알 아흐람 정치전략연구센터의 이슬람단체 전문가인 할라 모스타파는 “현재 몇몇 주요 과격파 이슬람단체가 강력한 중앙정부가 없는 아프가니스탄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구소련군이 철수한 뒤 주요 파벌들의 내전에 휩싸였던 아프가니스탄은 96년 반군세력의 하나였던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뒤 아프간 북부의 다른 반군과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아프간 전체를 장악하지 못한 데다 이들이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면서 서방국가들과 적대적인 관계여서 테러집단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 호전적인 이슬람단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테러대상인 미국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의 협조를 얻어 아랍 젊은이들에게 아프가니스탄으로 가 구소련에 대항할 것을 촉구했었다.

‘아랍계 아프간’으로 불리는 이들은 과격파로 변해 89년 구소련 붕괴 및 냉전종식으로 ‘적’을 잃어버리자 아랍국을 상대로 이른바 ‘지하드(聖戰)’를 전개하거나 미국 등 서방국을 새로운 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일부는 보스니아로 장소를 옮겨 이슬람교를 탄압하는 세르비아에 대항하는 전투에 참가했고 일부는 체첸공화국에서 러시아군에 대항하는 등 국적을 초월한 ‘이슬람 용병’으로 변모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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