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참사관추방/韓-러관계]『상당기간 냉각기 감수』

입력 1998-07-08 19:52수정 2009-09-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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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참사관 경위설명
정부는 주(駐)러시아대사관의 조성우(趙成禹)참사관에 대한 러시아정부의 추방조치에 대한 대응책으로 주한(駐韓)러시아공관원의 ‘보복추방’이라는 강수(强手)를 선택해놓고도 내심으론 무척 갑갑해 하는 눈치다.

우선 러시아공관원의 ‘보복추방’이 어느 정도의 강경대응이고 그 파장이 어떨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못하고 있다. 게다가 대응방법을 놓고 부처간 의견 합치도 안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이인호(李仁浩)주러시아대사 소환카드에 비해서는 ‘보복추방’이 그래도 외교적 파장이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정부내 안보관계자들은 ‘보복추방’을 상당한 위험부담까지 감수한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보복추방’에도 불구하고 한―러의 기본적인 우호협력관계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또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교관 보복추방이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닐뿐더러 그 때문에 한―러관계 자체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주요 인사의 상호 방문과 교류는 상당기간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9월쯤으로 예상되고 있던 제2차 한―러경제공동위원회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정부는 90년 수교 당시 러시아에 제공했던 경협차관 14억7천만달러 중 아직 돌려받지 못한 12억달러 가량의 차관 상환협상을 위해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으로 하여금 9월쯤 모스크바를 방문케 할 계획이었다.

정부관계자들은 “어느 기간까지는 서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불편한 냉각기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냉각기가 지나면 양국 고위인사의 교류, 예컨대 무기한 연기됐던 옐친대통령 특사의 방한이나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의 러시아 방문을 통해 관계복원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리 사이에 근본적인 갈등과 마찰의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비록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과정, 특히 4자회담에 러시아가 끼이지 못함으로써 상당한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나 이 때문에 갈등이 심화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본질보다 곁가지에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양국 정부와 국민 사이에 ‘감정’이 개입되고 이것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될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러시아는 조참사관을 강제 추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에 ‘문제외교관 자진 송환조치’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같은 요구는 정부의 이성적 대응에 앞서 국내의 여론부터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참사관 귀국을 전후해 정부내 분위기가 ‘강경보복’쪽으로 흘러간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러시아정부가 우리 외교관에 대한 추가송환 요구를 굽히지 않고 정부도 이에 맞서 ‘보복추방’을 넘어 이인호주러시아 대사 소환이라는 ‘극약처방’을 취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여론은 이성보다도 감정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한데 정부의 외교정책 역시 여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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