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5일째 최저치 행진…한때 1달러 144.70엔

  • 입력 1998년 6월 12일 19시 46분


엔화가치가 끝간 데를 모르고 계속 폭락, 12일 달러당 엔화환율은 7년9개월만에 처음으로 1백44엔대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강력한 시장개입이 없을 경우 엔화환율은 달러당 1백50엔대까지 올라 아시아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중국 위안(元)화 평가절하압력을 가중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날 개장초부터 엔화투매현상이 나타난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환율은 오전 한때 전날보다 3엔이상 오른 1백44.70엔까지 급등했다가 오후 들어 1백44엔대를 유지했다.

달러당 엔화환율이 1백44엔대를 기록한 것은 90년9월 이후 처음으로 엔화가치는 연5일째 연중최저치 행진을 계속했다.

미국이 엔화가치 지지를 위한 협조개입에 소극적이라는 뉴스가 이날 엔화가치를 떨어뜨린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日經)평균주가도 이날 한때 14,845엔대까지 떨어져 5개월만에 1만5천엔선이 무너졌다가 전날보다 8엔가량 오른 15,022.33엔으로 끝났다.

이날 홍콩증시의 항셍지수는 3년만에, 대만의 통화가치는 11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동남아 통화가치와 주가도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

일본경제의 구조적 취약에서 기인하는 엔화약세가 아시아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아시아 통화가치 및 주가하락이 다시 일본에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아시아 금융불안의 진원지가 일본이라는 점이 불안을 더해 주는 요소이다. 아시아경제의 버팀목이 벼랑에 몰릴 경우 주변국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엔화약세에 따른 수출증가효과보다 아시아에의 악영향 파급에 따른 악성 부메랑효과가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일본도 당황하고 불안한 표정이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엔화약세는 기본적으로 일본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특히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때문이어서 단시간내에 해결할 길이 없다.

결국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대증(對症)요법 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엔화폭락세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로 이어질 가능성. 평가절하를 하지 않겠다는 중국정부의 거듭된 입장천명에도 불구하고 엔화추락이 계속되면 결국 중국이 자국경제를 지키기 위해 평가절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세계경제의 동반파국’을 막기 위해서도 엔화가치 폭락에 대한 공동대응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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