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명물 증권거래소 이전추진…장소좁고 수작업의존도 높아

  • 입력 1998년 6월 1일 20시 10분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뉴욕을 떠날까.

미국 뉴욕시의 명물 NYSE가 강 건너편인 뉴저지주 배터리파크시(市)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시당국을 애태우고 있다. 리처드 그라소 NYSE회장이 최근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를 들여 최첨단 중개소를 마련해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

물론 “그라소회장의 발표는 뉴욕시에 보조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미 프로야구 뉴욕양키스구단도 ‘탈(脫)뉴욕’을 선언한 상태여서 허풍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전 구상은 90년대 중반이후 미국의 경제호황과 더불어 주식거래량이 폭주하면서 4천명의 중개인이 업무를 보는 트레이딩플로어가 형편없이 비좁아지면서 제기됐다.

NYSE는 하루평균 거래량 2백30억달러, 상장사 주가총액도 2위인 런던증권거래소의 6배인 12조달러나 되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금융의 산실.

하지만 4천명의 중개인이 일하는데서 알 수 있듯 아직도 ‘노량진 수산시장형’ 수작업 거래에 의존하는 부분이 전체거래량의 15%나 된다. 경쟁력강화를 위해 앞다퉈 전산화하는 대세를 외면하면서 수작업관행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NYSE가 ‘수작업 의존→인건비 상승→높은 수수료’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증권거래의 최고 자리를 지켜온 비결은 무엇이고 왜 이 방식을 고집할까. 일단 NYSE는 거래물량이 워낙 많아 수수료인상분 최소화에 성공했다. 게다가 NYSE 규정은 일단 이곳에 상장한 기업은 도산하기 전에는 뉴욕증시를 떠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정작 기업들이 뉴욕으로 몰리는 이유는 최우량기업이 모두 참여한다는 매력과 중개인이 제공하는 특별 서비스때문. 중개인이 거래주문을 받으면 즉석에서 경매에 부쳐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 외에도 필요할 경우 자신들의 계좌를 통해 직접 주문량을 소화한다. 이 물량이 거래액의 15%나 된다.

NYSE에도 1백년간 지켜온 정상의 자리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만만치않다.

미국내 2,3위 증시인 나스닥(NASDAQ)과 아맥스(AMEX)가 올해안으로 합병을 완료하고 ‘옵티마크’라는 첨단 거래시스템을 도입, 강력한 맞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말 수작업을 하던 런던증시가 독일의 첨단시스템에 밀려 휘청거린 것을 목격한 NYSE로선 더 이상 컴퓨터화를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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