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 「에스트라다 대통령시대」 기대 반 걱정 반

  • 입력 1998년 5월 11일 19시 46분


대통령 부통령 상하의원을 뽑는 11일 필리핀 선거에서 야당연합 후보인 조지프 에스트라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내외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 10명의 후보중 그는 36% 이상의 지지율로 당선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권교체시의 득실을 계산하느라 가장 분주한 것은 국내외 경제계.

‘필리핀판 의적 임꺽정’의 이미지를 지닌 괴짜 정치인 에스트라다는 원래 11명의 후보중 재계가 가장 당선을 우려한 인물이었다.

그는 ‘시장질서 절대존중’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요구 선별 수용’을 동시에 내거는 등 경제정책이 모호한데다 마르코스 전대통령 세력과 연계됐다는 의혹을 받아 80년대의 ‘연줄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 그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재계는 일단 그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피델 라모스대통령이 그동안 경제안정의 기초를 잘 다졌기 때문에 누가 집권하든 기조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표면적인 기대.

그러나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에스트라다의 경제관은 라모스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

B급 영화배우 출신인 그는 스스로 ‘경제에는 문외한’이라고 고백했으며 “나의 경제정책은 30인 고문단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그는 심지어 영어가 공용어인 필리핀에서 ‘영어실력이 형편없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더욱이 통치능력부족 뿐만 아니라 음주벽 여성편력 도박벽 등 도덕성문제로 선거전 내내 온갖 자격시비에 휘말렸다.

그러나 스스로 이같은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적어도 밖에서 낳은 자식을 외면한 적은 없다”며 “지금까지 유식한 사람들이 빈민을 위해 뭘 했느냐”고 반박한다.

마닐라의 빈민가인 톤도 출신으로 배우시절 주로 맡던 의적(義賊)이미지를 이용, ‘빈민의 대변인’임을 자임하면서 대중정치인으로 성공한 그가 국내외의 우려 속에서 필리핀의 21세기를 여는 대임을 어떻게 수행할지 주목된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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