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64MD램시장 선점」 격돌

  • 입력 1998년 4월 27일 19시 39분


일본 반도체 업계가 64메가 D램의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나섰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 맹주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은 한마디로 ‘어림없다’고 일축한다.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형성될 64메가 D램 시장을 놓고 한일간에 불꽃 튀기는 한판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NEC를 선봉장으로 내세우는 일본 반도체 업계는 5월초 ‘골든 위크’(메이데이와 어린이날을 중심으로 하는 연휴 기간)에 반도체 라인을 풀가동할 계획으로 최근 전해졌다. ‘골든 위크〓휴무’라는 기존 전통을 이례적으로 깨뜨린 것.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3사도 일본의 휴무를 전제로 당초 세웠던 휴무 계획을 일제히 취소하는 등 맞대응에 부산하다.

일본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NEC는 64메가 D램 생산량을 연말까지 현재의 2배인 월 1천만개 수준으로 늘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 히타치 등 다른 D램 업체도 증산을 잇달아 발표, 연말까지는 일본 상위 5개사의 월 생산량은 3천5백만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업계가 64메가 D램을 승부처로 보고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가 본격적인 64메가D램 시장이 새로 형성되는 시점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 주로 PC업체들인 반도체 소비자들은 별다른 결함이 없으면 한 번 사용한 제품을 바꾸지 않기 때문에 선점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 등에서 물량 공세로 나와 가격을 폭락시켰던 16메가 D램과는 달리 64메가 D램 시장에선 한국과 일본의 양자 구도가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64메가 싱크로터스D램의 경우 미국과 대만 업계는 기술 부족 등으로 아직 대량 생산할 여력이 없는 상태.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 더이상 신규 투자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일본 업체의 분발을 부추기는 요인.

일본은 올해 64메가D램 시장을 선점하면 한국에 빼앗긴 ‘메모리 일본’의 깃발을 다시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공세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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