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美 「동반자 요구」에 『원조나 많이…』

  • 입력 1998년 4월 2일 20시 02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2일 아프리카 6개국에 대한 12일간의 아프리카 순방일정을 마쳤다.

클린턴 대통령은 순방기간 중 미국과 아프리카가 과거 원조 공여국과 수혜국이 아닌 ‘동반자’관계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신 아프리카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대미(對美)부채 16억달러를 탕감하고 개발원조금액도 7억달러에서 8억3천만달러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첫번째 방문국인 우간다에서는 중동부 아프리카 7개국 정상들과 만나 아프리카에서의 대량학살 종식과 평화유지 능력강화 등을 위해 국제협력체를 창설하는 등의 ‘엔테베선언’을 공동발표, 아프리카에서의 미국의 입지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과거 냉전시절 소련과의 이데올로기 경쟁 과정에서 자국의 세력권을 유지 확산시키기 위해 친미(親美) 독재정권을 지지해 왔던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했다.

또한 미국의 ‘동반자론’에 대한 아프리카 각국의 입장은 비교적 시큰둥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순방에 앞서 미국과 아프리카와의 ‘동반자관계 확립’을 위한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법’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들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골리앗 미국’과 작고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국력차이가 너무 커 ‘동반자’가 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보다 많은 원조를 희망했다.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기준에 맞는 독자적 대미(對美)관계를 정립하겠다”며 클린턴대통령의 ‘대등한 관계’를 비판했다.아프리카 국가원수들은 미국이 주장하는 무역은 “이곳을 원자재공급지역으로서의 역할을 연장하게 할 뿐”이라며 “아프리카발전을 위해 미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클린턴이 마지막 방문국으로 과거 프랑스 식민지로 프랑스어권인 세네갈을 택한 것은 ‘더 이상 아프리카에서 과거 식민시대의 세력권은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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