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검찰『뇌물사건 수사 성역있다』…정치인 계좌수사 포기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50분


일본 검찰의 ‘뇌물 스캔들’수사가 대장성 고위간부는 물론 중앙은행에까지 번지고 있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5일 고시출신 등 대장성 과장보좌 2명을 체포하고 대장성 현직 국장급으로 수사를 확대한데 이어 8일에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고위간부의 호화접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이로써 올 1월 대장성출신 일본도로공단이사와 대장성 중간간부 2명을 체포하면서 시작된 뇌물스캔들 수사에서 관심을 끄는 점은 크게 세가지.

우선 수뢰죄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받은 골프나 음식접대를 뇌물로 규정했다. 접대문화를 당연시해온 일본에서 이는 ‘수사의 새 지평을 연 해석’이라는 평이다.

검찰이 고시출신 대장성 관료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것도 큰 사건이다. ‘커리어 관료’라 불리는 고시출신은 수적으로는 극소수지만 각 성청(省廳)을 완전 장악하고 있어 ‘관료 권력집단’으로 불린다. ‘관료의 꽃’인 사무차관은 고시출신이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한다.

특히 ‘대장성 커리어’는 고시합격자 중에도 최고의 엘리트로 ‘도쿄대 동문회’라고 불릴 정도다. 막강한 권한과 각계에 포진한 전직 관료 및 동문의 비호속에 ‘견제없는 독주’를 해온 고시출신 관료의 체포는 일본언론도 일제히 1면 머릿기사와 연재기사로 다뤘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직원도 호화접대를 받아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은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그만큼 신뢰성을 가져왔기 때문이다.그러나 검찰수사에 벌써부터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정치인, 특히 집권여당 정치인들이 증권거래에 쓴 ‘요인(VIP)계좌’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포기해 “성역없는 수사는 물건너 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체포 직전 자살한 한국계 중의원 4선의원 아라이 쇼케이(新井將敬)를 제외하고는 정치인 수사를 중단하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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