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영의 실리콘밸리 뉴스]美 구인난 「행복한 마찰」

  • 입력 1998년 1월 30일 19시 54분


한국은 요즘 감원 실직으로 노동자들이 길거리를 헤매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2002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만 9만여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하는데 같은 시기 인구증가율은 1% 정도에 그쳐 갈수록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2일 버클리대에서 열린 미국정보기술협회(ITAA) 회의에는 상무부 교육부 노동부 3개 부처 장관이 모여 다른 분야에서 해고된 노동자를 정보통신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논의했다. 이 모임은 △노동부가 1천1백만달러를 들여 실직자나 미취업자에게 인터넷을 가르치고 구인구직 웹사이트를 마련하며 △빈민층 교육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상무부가 1천7백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직원 1백명 이상인 기업이 충원하지 못한 프로그래머와 시스템분석가의 수가 34만6천여명에 이르고 있다고 추정했다. 키티 히긴스 노동부장관은 “2005년까지 매년 9만5천명의 하이테크인력이 필요하지만 이 분야 대학졸업자는 94년 2만5천명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은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기업은 “이민이나 인력수입 제한을 완화하면 외국 기술인력을 대량 고용해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의 50∼60%까지 충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언론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인력을 양성하기 보다 경력자를 선호하고 외국서 인력을 수입하려는 기업의 무사안일한 자세가 사회문제를 낳을 것”이라며 경고한다. 미국 정부 역시 외국 기술인력을 수입하는데 반대다. 실리콘밸리의 유력 기업들이 로비를 벌이고 있지만 외국 기술인력 수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제럴드 코비노 오러클부사장은 “제품개발에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당장 기술인력이 필요한데 내부에 없다면 외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이 한국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수입해 간다면 우리나라 대학생 취업난도 해소되고 달러도 벌고 좋을텐데…. 송혜영(실리콘밸리 통신원·인터넷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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