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넴초프부총리『재벌-관료집단 저항이 경제개혁 걸림돌』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보리스 넴초프 러시아 제1부총리(38)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정책기조는 경제협력”이라면서 “특히 자원이 없는 한국과는 풍부한 자원이 잠자고 있는 시베리아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등 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회 및 공공문제를 담당하는 넴초프 제1부총리는 취임 10개월을 맞아 17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회견에서 여러차례 ‘자원부국 러시아’와 ‘자원빈국 한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정책기조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경제협력이다. 특히 극동지역의 에너지 개발 등 하부구조의 협력이 중심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한 대유럽 수출을 확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 러시아는 이 철도시스템을 개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자원이 없는 한국과 풍부한 자원이 잠자고 있는 시베리아를 생각해보라. 우리에겐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의 경우 참여 희망국간의 입장차이가 너무 큰 것 같은데…. “러시아가 제시한 생산량의 분배원칙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원보유국으로서의 권리와 지분참여 비율 등이 적절히 안배돼 있다. 그러나 구체적 사항은 러시아 한국 중국 일본 등 4개국의 대표 회사들이 논의하게 될 것이다. 잘 풀릴 것이다.” ―한국기업의 투자유인책은 있는지, 또 한국기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어느 나라 기업이든 투자를 희망한다면 대환영이다. 한국의 경우 강점을 보이고 있는 전기 전자 자동차분야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니주니노브고로트주 지사 시절 한국기업과 접촉해 봤지만 유감스럽게도 성과가 없었다. 한국기업들은 (정책결정이) 너무 느리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꼽히고 있는 넴초프는 시종 자신만만한 태도로 질문에 답했다. 크렘린궁의 실세일 뿐만 아니라 워낙 바쁘기 때문에 외국기자에게 단독회견을 허용한 것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어 동아일보가 두번째. 러시아 국내에 미칠 영향을 염려해서인지 대선출마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럴 의향이 없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러시아는 이미 91년부터 사실상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돌입했다. 과거 경험이 한국에 도움이 될텐데….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한국민은 놀라운 장점을 갖고 있다. 금모으기운동이 대표적이다. 상당히 부러운 일이다. 최근 중국 방문길에 서울을 경유하다 보니 한국민에게는 생동감이 넘쳤다. 외관상 금융위기를 느끼지 못했다. 국민의 자신감과 용기는 시련을 극복하는 중요한 에너지가 된다.” ―최근 제1부총리의 관할 업무 조정이 있었다.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귀하의 개혁정책에 무게를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무료로 제공하던)주택제도 개혁과 직접보조금의 감축 등 비합리적인 공급경제 잔재를 없애는 것이 주요과제다. 자원독점체제의 혁파 및 국가독점사업인 철도운송분야의 개혁,즉 복수 회사를 설립해 경쟁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이 과정에 한국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개혁정책을 추진하는데 장애도 많을텐데…. “금융재벌 등 기득권층의 저항과 공무원들의 능력 부족, 관료주의의 타성, 정부의 대국민 설득 미흡 등이 문제다. 특히 금융재벌의 저항은 부(富)의 양극화와 균형발전의 저해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옐친대통령의 건강은 어떤가. “일 욕심이 지나치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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