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계 『한국 「기업투명성」높이라』…투자환경조건 제시

  • 입력 1997년 12월 20일 20시 03분


뉴욕 금융가인 월가의 큰손들은 경제위기에 빠진 한국에 대해 시장을 먼저 생각하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한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다른 복잡한 이유를 설명할 필요없이 한국에 투자해서는 돈이 벌릴 것같지 않아 돈을 빼갔기 때문이고 같은 논리로 앞으로 외국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한국에 가면 돈을벌 수 있다는 확신을 투자가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긴급 파견한 김만제(金滿堤) 정인용(鄭寅用) 두 특사를 맞아 17일부터 19일까지 빌 맥도너흐 뉴욕 연방은행총재, 프랭크 노이먼 은행가연합 회장, 국제투자가 조지 소로스, 골드먼 삭스의 존 코진 회장 등 굴지의 은행 또는 투자가들이 전한 한결같은 충고다. 두 특사와 동석했던 김석한(金碩漢) 재미통상변호사는 19일 이같은 월가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이들은 한국의 투자환경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환경만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바탕이 좋기 때문에 투자할 의사가 충분히 있다는 것. 소로스는 『돈은 바로 저기에 있고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고 김변호사는 전했다. 그러나 이번 방미에서 두 특사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얼마를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언질을 받지 못했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맥도너흐 뉴욕 연방은행총재가 뉴욕 월가의 지도급 인사들을 빠른 시일안에 불러모아 김특사 등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점 하나다. 투자환경 개선은 딱 세가지. 먼저 기업들의 대차대조표부터 투명하고 명확하며 거짓이 없도록 고쳐 그 기업이 진짜 얼마짜리인지를 알게 해야 투자와 거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 둘째 돈과 기술을 받아들이려면 시장부터 열어야 하며 셋째 한국 국민이 이같은 개혁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이같은 국민 여론을 선도할 뿐더러 관치금융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시화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김변호사는 전했다. 이들은 산업은행이 20억달러의 채권발행에 실패한 것도 이같은 조건중 어느 하나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만남을 통해 한국정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월가의 냉정한 시선을 감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 두 특사의 유일한 방미성과일지도 모른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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