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 사람들/스리랑카 싱할리族]

  • 입력 1997년 12월 11일 08시 44분


느닷없이 웬 캔디? 사탕?… 만화주인공 소녀? 모두 아니다. 스리랑카 중부 내륙의 고원지방에 자리잡은 작은 도시의 이름이다. 한동안 세일론(Ceylon)으로 불리다가 72년부터 다시 옛이름을 되찾은 스리랑카(SriLank)의 뜻은 「태양의 나라」다. 스리는 「해」, 랑카는 「땅」을 가리킨다. 「스리」는 범어 「수리야(surya)」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말에서는 「수리」로 쓰인다. 수리 수리 마하 수리(해님 해님 위대한 해님), 수릿날(단오날), 수리메(속리산), 수리왕(수로왕) 등의 예가 바로 그것이다. 스리랑카의 인구는 대략 1천5백만명에 수도는 인구 70만명의 콜롬보.종교는 불교를 중심으로 힌두교 이슬람교. 인종은 전체인구의 약 80%를 차지하는 싱할리(「사자의 사람들」이라는 뜻)외에 타밀(18%), 무슬림, 부르거 등. 캔디 주민들은 대부분 싱할리 사람들이다. 스리랑카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캔디는 콜롬보에서 자동차로 세시간 남짓 걸리는 해발 3백m 고지위에 있는 산중도시. 주민은 11만명정도. 기후는 온화하며 산과 숲 호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무척이나 편안한 느낌을 준다. 완만한 경사의 기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양새는 마치 우리네 시골 정경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캔디의 역사적 특징은 다른 지역이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군대에 굴복해 협력한 반면 끝까지 스리랑카의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항거했다는 점이다. 그때 결속력의 중심엔 불교가 있었다. 캔디에는 스리랑카 최고의 성스러운 보물인 부처의 치아 사리가 안치된 불치사(달라다 말리가와)가 있다. 약탈시도가 여러번 있었기 때문에 불치는 특별한 경우에만 일반에 공개된다고 한다. 페라헤라 축제가 그 중 하나. 에살라 페라헤라(EsalaPerahera)는 「7월에 벌이는 행렬」이라는 뜻. 매년 우리 음력과 비슷한 스리랑카력 7월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매일밤 쉬지않고 코끼리를 대동한 축제를 벌인다. 밤 8시. 하늘에는 이미 밝은 달이 떠있다. 이윽고 환호성과 함께 팔각형 모양의 불치사에서 축제의 행렬이 시작된다. 반짝반짝 치장한 코끼리를 앞세운 마을악단과 무용수들이 온갖 기량을 발휘하며 춤추고 악기를 연주하며 거리를 지난다. 아이들부터 노인네들까지 가지가지 몸짓으로 자신만이 가진 멋진 춤사위를 맘껏 뽐낸다. 북과 심벌즈 피리 등 전통 민속악기들의 멋진 화음은 어찌나 신이 나는지 어깨춤이 절로 난다. 춤꾼들의 신명나는 율동과 그 춤을 추는 이들의 얼굴은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다. 기수들은 자신의 마을을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근엄한 표정으로 축제행렬의 옆에서 묵묵히 걸어간다. 말린 야자수 열매껍질로 만든 횃불을 어쩌다 공중에 집어 던지며 묘기를 선보이는 이도 있다. 이때 구경꾼들은 감탄의 환성과 박수를 보낸다. 어두운 밤하늘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횃불이 붉게 타오르는 광경은 사뭇 경이롭다. 이 화려한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해마다 7월이 되면 스리랑카 전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캔디시내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축제에 참가하는 코끼리는 1백마리가 넘는다. 참가자들의 옷차림은 상체는 대부분 맨몸이거나 흰옷을 입는다. 캔디 사람들은 흰옷을 매우 좋아한다. 흰옷은 고귀함과 순결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물론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을 입은 사람들도 보인다. 캔디사람들은 아직도 대부분 맨발로 생활한다. 비록 문명세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모두 자신들의 춤과 음악을 자랑스럽게 지키며 살고 있다. 평상시에는 부족 마을단위로 독립적으로 살다가 1년에 한번 축제를 통해 캔디 공동체의 단합된 모습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가난하고 비문명적인 삶을 살면서도 항상 웃음이 배어 있는 얼굴들. 캔디에는 그런 행복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연호택 (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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