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PL)법]『소비자 보호』 소리만 요란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고객대접을 제대로 받으려면 미국에 가야 한다」. 똑같은 한국산 승용차를 구입한 미국의 A씨와 한국의 B씨. 두사람이 공교롭게도 타이어 결함으로 비슷한 부상을 당했을 경우 A씨는 타이어의 결함과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면 자동차회사로부터 즉시 피해배상을 받는다. 미국에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피해발생시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자동보상을 의무화하는 제조물책임(PL)법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B씨는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민사소송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회사의 과실 등을 입증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다 곧 포기하고 만다. 9일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지난 95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논의와 함께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돼온 PL법이 강경식(姜慶植)부총리 취임이후 사실상 논의가 중단되면서 21세기 장기과제로 미뤄졌다. 재경원 관계자는 『향후 5년이내에 PL법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개혁 기아문제 등 대형 현안이 이어지다 보니 PL법을 논의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PL법이 도입될 경우 국내 제조업체에 큰 부담을 주게되는 점도 PL법논의 중단의 한 이유. 재경원은 차선책으로 PL법의 적용대상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등 법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강부총리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함에 따라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재경원 안팎에서는 『강부총리가 주장하는 시장주의 핵심이 수요자 중심사고이며 이의 완결은 소비자보호정책이라는 점에서 PL법 유보는 정책의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PL법은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까지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 자국소비자의 주권을 지키는 보루역할을 하고 있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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