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수로 정상화배경]「괜한 트집」自認 『없던 일로』

  • 입력 1997년 10월 6일 20시 24분


북한 금호지구의 경수로건설공사가 나흘간 중단됐다 정상화한 것은 북한측의 행태에 대해 조금만 사전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당연한 결과였다. 지금까지 많은 남북회담 자리에서 흔히 보아온 북한측의 시비와 상투적인 언행을 감안해볼 때 이번 일은 심각한 사태가 아닌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사건의 수습도 일선 하급관리들의 경직된 태도로 인해 경수로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원치 않은 북한 지도부의 지시로 이루어졌다. 이는 김정일(金正日) 사진이 실린 신문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는 게 북한에서나 통할 뿐 국제사회에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인정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호지구의 북한측 관계자들은 5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측과의 회담에서 「평양의 지시」라며 우리측에 노동신문 훼손과 관련,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그들의 입장을 장황하게 되풀이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현지작업을 정상화하는 것은 KEDO측이 북한의 입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태도는 더이상 노동신문 훼손을 트집잡아 공사를 중단시킬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일선 관리들이 보인 「충성심」을 나무랄 수도 없는 북한당국의 곤혹스러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은 금호지구의 작업중단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5일 북한측으로부터 「정상화」에 대한 언질을 받았으나 6일 오전 북한측이 작업인력을 현장에 재투입할 때까지 이를 공표하지 않았다. 장선섭(張瑄燮)단장은 『북한이 말하는 「정상화」라는게 과연 무슨 의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그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에 북한이 취한 작업중단 조치가 KEDO와 체결한 통행 및 특권 면제, 영사보호에 관한 의정서들을 위반한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측의 다짐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북한은 이번 일의 시비를 명백히 가리지 않은 채 일단 작업재개를 통해 이를 「없던 일」로 하는데 동의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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