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수교 대사급회담 합의]北 「고립」탈피 희망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북한과 일본이 4년9개월간 중단된 수교 교섭을 위한 대사급 본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양국간 관계 개선 및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北日(북일) 수교 교섭은 지난 92년11월 북경(北京)에서 열린 8차 본회담을 끝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뒤 장기간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특히 「북한거주 일본인 처 고향방문」 「일본인 납치의혹」 「각성제 밀수 의혹」 등으로 북한에 대한 일본내 여론이 점점 나빠지면서 당분간 본격적인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북한이었다. 북한이 지난달 재북(在北) 일본인 처 고향방문을 허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힘으로써 양국의 접촉이 시작된 것이다. 양국은 단기간의 물밑 접촉을 통해 정부간 비공식 대화 창구를 심의관급으로 격상하고 수교 교섭 예비회담을 열기로 했으며 마침내 북경대좌에서 수교교섭 본회담 개최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북일 양국이 이처럼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양국 모두 관계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가을로 예상되는 金正日(김정일)의 국가주석직 취임을 앞두고 대외관계에 유연성을 보여 국제적 고립으로부터 탈피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식량 등 경제지원과 수교협상이 타결될 경우 받게 될 배상금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일본 역시 전후(戰後)처리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고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더이상 북한을 멀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 왔다. 다만 국내 여론때문에 바로 수교협상에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으나 「조속한 교섭 재개」를 받아들이는 쪽을 택했다. 앞으로 수교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본측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일본인 납치 의혹」처럼 북한이 인정하기 어려운 양국간 현안이 적지 않다. 자칫하면 90년대 초반의 「李恩惠(이은혜)사건」처럼 이 문제가 교섭 자체를 중단시키는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또 교섭 과정에서 제기될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금 규모와 성격, 과거 역사인식 차이, 급속한 대북 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우려를 감안하면 조기 수교로 이어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동경〓권순활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