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소요사태 스케치]『무법천지』탈출행렬 줄이어

  • 입력 1997년 3월 14일 20시 21분


알바니아 사태는 14일 더욱 악화돼 전국 곳곳에서 약탈과 총기난사, 죄수탈출까지 속출, 무장시위대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자위를 위해 총을 들고 나서는 등 국가기능이 완전 마비됐다. 13일밤에는 수도 티라나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교도소에서 1천여명의 죄수들이 탈출했는가 하면 대통령궁 앞에도 탱크가 이동배치되는 등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탈출한 죄수들 가운데는 공금횡령혐의로 수감중이던 전(前)사회당 당수 파토스 나노와 학살혐의로 복역중이던 마지막 공산통치 지도자 라미즈 알리아 등이 포함됐다. ○…유엔과 유럽연합(EU)은 13일 알바니아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으나 군사지원 가능성은 배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알바니아의 모든 세력이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사태를 평화롭게 타결하려는 외교노력에 협조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으나 군사개입은 거부. ○…이탈리아 ANSA통신은 이날 『두러스항구가 폐쇄되기 직전 이탈리아 선박 팔라디오가 마지막으로 수십명을 태우고 항구를 빠져 나왔으며 그중에는 베리샤 대통령의 자녀 2명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 베리샤 대통령의 딸과 아들은 이날밤 이탈리아 남부 항구도시 바리에 도착했으나 베리샤와 부인은 아직까지는 알바니아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국들은 사태가 악화됨에 따라 자국민 소개작전에 돌입. 미국은 13일 군용 헬기편으로 자국민들을 철수시켰고 이탈리아도 선박을 동원, 4백여명을 두러스항을 통해 탈출시키는 등 발빠른 소개작전을 전개. 유럽의 외교관들은 알바니아에서 자국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호송선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중. ○…알바니아 군부도 와해돼 일부 군지휘관들이 항공기와 군함들을 아드리아해로 끌고 나와 망명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트리탄 셰후 전 국방장관은 『군은 이미 마비됐으며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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