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訪韓의미]對北정책 韓-美 조율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워싱턴〓이재호 특파원]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한국 방문을 신임 장관의 의례적인 동맹국 나들이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유럽과 아시아 순방 길에 주요 동맹국의 하나인 한국도 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너무 한가한 얘기다. 적어도 최근의 한반도정세는 그의 방한을 상견례 수준에 묶어두고 있지 않다. 올브라이트장관은 우선 북한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 한국의 지도자들과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고 의견 조율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문제는 그가 당면한 최대 현안중의 하나다. 주민 한 사람이 반 공기의 쌀로 하루를 연명한다는 북한의 식량난도 그렇고 클린턴대통령이 재임 1기 업적의 하나로 꼽는 북한 핵개발의 동결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다. 더욱이 북한은 50만t의 식량지원 선(先)보장을 요구하며 4자회담 공동설명회 참석을 미루고 있다. 올브라이트장관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한국측의 입장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점은 올브라이트장관 개인으로서나 한국으로서나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올브라이트장관은 아시아통이라기 보다는 유럽통이다. 망명 체코외교관의 딸인 그는 대학(조지타운대)에서도 동유럽 정치를 강의했었다. 상원 인준 청문회 때는 『아시아를 잘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그의 이번 방한은 한반도문제에 대한 그의 인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그는 한국에 먼저 들른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올브라이트장관의 방한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北―美(북―미)관계를 서둘러 개선하려 한다면 이에 앞서 워싱턴과 서울을 잇는 축(軸)을 튼튼히 하고 나아가 서울과 평양 사이에도 대화와 화해의 축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올브라이트장관은 민주당 정권의 매파여서 인권과 남북대화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정부와 입장을 같이하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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