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정상회담 현지표정]日『망언이 회담 망칠까』긴장

  • 입력 1997년 1월 25일 20시 21분


[벳푸(別府)〓李東官 특파원]『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상회담 직전인 24일 일본 정부대변인인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 관방장관의 「망언성 발언」이 터져 나오자 벳푸(別府) 정상회담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 온 일본정부 관계자들은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역사문제에 관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일본측은 이 돌출발언이 「선린우호」를 내 건 이번 회담분위기 전체를 망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해 이 문제가 조기에 「축소정리」되자 일본측은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일본 언론인은 『상처를 확대하지 않은 것은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이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민감한 반응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가 회담중 세번이나 김대통령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데서도 드러났다. 하시모토 총리는 회담장에 들어서면서 『무어라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사과한 뒤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정부와 내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거듭 표명했다. 일본측은 특히 회담중 김대통령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한 톤으로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이 사안에 대한 정상간 대화가 짧은 시간(8분여)내에 매듭지어 진 것은 다행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가지야마 발언」을 제외하고 이번 회담의 분위기는 두 정상간의 「우정」을 재확인하는 장면이 눈에 띄는 등 비교적 성공적인 것으로 일본측은 평가하고 있다. 하시모토 총리는 이날 회담중 『동남아 순방중 각국 정상들에게 「한국과의 우정을 발전시키는 것이 일본외교의 기둥」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하는 등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발언을 여러차례 했다. 양측이 민감한 사안인 독도영유권 문제나 北―日(북―일) 관계개선 문제에 대해 정상회담에선 언급하지 않고 실무회담에서 입장을 재확인하는 「분리대처」 방식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 그러나 일본측은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지원사업이 착수되기 전에 협상의 문턱에는 들어서야 국민설득의 명분이 선다』는 입장을 재확인, 일본의 북한접근의 빗장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풀렸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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