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00만 영화 5편…기대와 우려 사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2월 30일 06시 57분


송강호 주연의 ‘기생충’부터 류승룡의 ‘극한직업’을 비롯해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2’, ‘알라딘’, ‘어벤져스:엔드게임’(왼쪽부터 시계방향)이 올해 1000만 관객에 성공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송강호 주연의 ‘기생충’부터 류승룡의 ‘극한직업’을 비롯해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2’, ‘알라딘’, ‘어벤져스:엔드게임’(왼쪽부터 시계방향)이 올해 1000만 관객에 성공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3편이 독과점 논란 디즈니 작품
영화 다양성 위해 대안 마련 시급

올해 극장 관객수가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극한직업’부터 ‘겨울왕국2’까지 1000만 영화가 다섯 편이나 탄생한 힘이다. 초유의 수치는 또 다른 기록으로 이어지지만, 이를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 사상 첫 1000만 영화 다섯 편

28일 현재 2019년 극장 관객은 총 2억2404만2167명이다. 2013년 처음 연간 2억 관객 시대를 맞은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1000만 영화도 처음으로 다섯 편이나 탄생했다. 1월 ‘극한직업’(1626만5618명·이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부터 4월 ‘어벤져스:엔드게임’(1393만4592명), 5월 ‘알라딘’(1255만2283명)과 ‘기생충’(1008만5250명), 이어 11월 ‘겨울왕국2’(1319만192명)까지다. 2014년 ‘명량’, ‘겨울왕국’ 등 세 편이 1000만 관객을 모은 지 5년 만의 기록이다.

코미디 열풍을 일으키면서 역대 흥행 2위에 오른 ‘극한직업’과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기생충’이 만든 반향도 컸지만, 올해는 디즈니가 제작하고 직접 배급한 할리우드 영화의 초강세가 뚜렷했다. 1000만 영화 가운데 외화가 모두 ‘어벤져스:엔드게임’의 마블스튜디오를 거느린 디즈니 작품이다. 특히 이들 영화는 후속 시리즈로 이야기가 확장되는 만큼 디즈니의 저력은 향후 국내 영화계와 극장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 편의 1000만 영화는 그만큼 특정 작품의 독주가 공고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영점유율이 이를 증명한다. ‘겨울왕국2’의 상영점유율은 일일 최고 73.9%까지 올랐다. 하루 전국 극장 상영작 가운데 73.9%가 단 한 편으로 도배됐다는 뜻이다. ‘어벤져스4’도 최고 80.9%에 달했다. 한국영화가 동시기 개봉작을 고려해 상영점유율을 50% 이하로 조정하는 것과 달리 디즈니는 70∼80%대를 넘나드는 ‘무소불위’의 위치를 다지고 있다.

때문에 1000만 관객 달성도 순식간이다. 2015년 ‘어벤져스2’는 25일이 걸려 시리즈로는 처음 1000만 관객을 모았지만, 올해 ‘어벤져스4’는 불과 11일 만에 같은 기록을 썼다. ‘겨울왕국2’도 2014년 1편(46일)의 기록을 한달 여 앞당겨 17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최근 독과점 논란이 있었던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2’의 한 장면.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최근 독과점 논란이 있었던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2’의 한 장면.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구조의 문제, 대안 마련 시급”

물론 1000만 명 동원에 성공한 영화들이 고유한 재미와 완성도로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영화계가 목소리를 내는 부분 역시 각 작품의 경쟁력과 완성도가 아니다. 특정 영화의 극장 ‘독식’을 유도하는 지금의 시스템, 이를 타개해 다양한 영화에 상영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는 지적으로 집중된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스크린 독과점에 따라 영화 스코어가 양극화하는 상황은 구조적 문제”라며 “관련법 개정과 제도 마련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독과점에 따른 피해도 속출했다. 11월13일 개봉해 호평을 얻으면서 관객을 늘려가던 ‘블랙머니’는 일주일 뒤인 21일 ‘겨울왕국2’ 개봉 직후 스크린이 3분의1로 축소되는 직격탄을 맞았다. 연출자 정지영 감독은 “‘겨울왕국2’는 어린이도, 부모도 좋아하는 작품인데 오랫동안 극장에서 보게 만들면 안 되는 것인가”라며 “꼭 다른 영화에 피해를 주면서 스크린을 독과점하고 단기간 매출을 올려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영화계는 독과점 금지를 위해 특정 시간대에 한 편의 영화가 50%의 상영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스크린 상한제’ 등을 포함한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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