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흥행 3요소, 사투리·밥·비유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25일 06시 57분


박경수 작가는 평소 사투리, 밥, 비유법을 적극 활용해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고 몰입도를 높인다. 김홍파(위 사진 왼쪽)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능글맞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이상윤과 이보영이 밥을 함께 먹는 장면(아래 사진)으로 식구임을 강조한다. 사진제공|SBS
박경수 작가는 평소 사투리, 밥, 비유법을 적극 활용해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고 몰입도를 높인다. 김홍파(위 사진 왼쪽)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능글맞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이상윤과 이보영이 밥을 함께 먹는 장면(아래 사진)으로 식구임을 강조한다. 사진제공|SBS
김홍파 특유의 리듬감있는 사투리 압권
소박한 밥상·살 떨리는 식사 등 메세지
핵 표현 등 박경수 작가식 비유 세태 풍자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등장했다. 부패한 권력에 맞서 싸우며 안방극장에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하는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대본을 쓰는 박경수 작가는 자신이 고집하는 ‘3대 요소’를 이번에도 어김없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사투리’, ‘밥’, ‘비유법’은 박 작가의 드라마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이다. 전작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에 이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적 긴장감과 몰입을 높이고 있다.

● 경상도 사투리…‘친근하면서도 능글맞게’

극중 ‘절대악’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법무법인 태백의 대표 최일환(김갑수). 그런 그도 꼼짝 못하는 이가 있다. 바로 강유택(김홍파) 회장. 방산업체인 보국산업의 경영자이자 ‘법비’(법도적)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바로 그가 수천억원대 자산가에 화통한 캐릭터를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표현해낸다.

5회에서 김홍파는 김갑수의 목을 옭아매기 위해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한 자락 뽑아냈다.

“당골 무당이 죽고 몇 십년 비어났다 아이가. 밤에 알라 우는 소리 들린다꼬 장정도 피해가던 집인데, 너거 아부지가 무당집에서 2년을 고시공부 했다 아이가. 고래 겁 없던 놈이 지 자식 다치는 거는 무서버가. …. 대법원장 금마, 기운이 나는 갑제. 내는 한 꼬뿌만 묵고 가꾸마. 도고!”

박 작가가 경상도 특유의 리듬감을 살려 대사를 썼고, 김홍파는 이를 개성을 담아 연기했다. 박 작가의 경상도 사투리는 앞서 전작에서도 매회 화제를 모았다. ‘추적자’에서는 박근형이 “니 농사 지어봤나? 지주가 그 수많은 소작농을 우짜 관리하겠노? 그래가 마름이라는 걸 뒀다 아이가” 등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했다. ‘황금의 제국’과 ‘펀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우은숙과 조재현이 각각 부산 사투리를 선보였다.

박 작가가 경상도 사투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경상도 출신이기 때문. 조재현은 당시 “박 작가는 오리지널 부산 촌놈”이라면서 “나도 경상도 사람인데, 부산 사투리를 그렇게 심하게 쓰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 가족이 함께 먹는 ‘한 끼’

김갑수가 아내와 딸, 사위와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이나 모녀사이인 김해숙과 이보영이 소박한 밥상을 나눈다. 이보영과 이상윤도 서로 밥과 빵을 나눠 먹는 모습을 통해 ‘한편’에서 ‘식구’(食口)가 된 것을 암시한다.

사실 ‘귓속말’에서는 전작과 비교해 ‘먹방’의 재미가 좀 떨어진다.(국 한 수저를 후루룩 맛나게 떠먹고, 나물무침을 맛깔스럽게 씹어대던 ‘추적자’의 박근형을 떠올려보라.) 그래도 여전히 이 한 끼의 장면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온 가족이 먹음직스럽게 한상 차려진 밥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통해 한편으로는 편안해보이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서로를 겨냥하며 살 떨릴 정도로 무섭게 공격하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극적 장치다.

● 화려한 비유…정곡을 찌르는 대사

온갖 비유법의 향연이다. 박 작가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돌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현 세태를 고스란히 옮기기 위해 각종 비유법 등을 쓴다. “다이아몬드는 2캐럿이 나오면 9할은 버린다더구나. 뭘 버려야 될지, 뭘 남겨둬야 될지는 네가 결정해라”라든가 “핵은 보유했을 때 공포를 주지. 사용했을 때 서로가 공멸한다는 걸 잘 알텐데”라는 등 온갖 비유의 대사를 통해 상황을 묘사한다. 드라마 제목인 ‘귓속말’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큰소리를 낸다’는 부조리한 현실을 드러내며 오히려 작은 목소리의 의미를 담아낸 비유다.

‘펀치’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명우 PD는 “한 치도 알 수 없는 사람의 속을 마치 들여다보듯 관찰하는 재미를 안겨준다”며 “현 세태를 고발하기 위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싣는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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