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나정 감독·김새론 “마음 아프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이야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8일 06시 57분


김새론은 ‘눈길’을 촬영하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아픔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새론은 ‘눈길’을 촬영하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아픔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영화 ‘눈길’ 김새론·이나정 감독

이나정 감독
‘눈길’ 통해 위안부 문제에 눈 떠
이젠 친구들과 할머니 돕기 나서


김새론
“TV단막극을 영화화한 이유?
딱 하나죠, 세계에 알리는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그려 3월1일 개봉하는 영화 ‘눈길’은 KBS PD인 이나정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다. 2005년 입사해 ‘오 마이 비너스’, ‘너를 기억해’ 등 드라마를 만든 그는 2014년 여름 유보라 작가의 제안으로 ‘눈길’을 시작했다. 당시 두 사람은 단막극 ‘연우의 여름’을 함께 한 직후였다.

‘눈길’은 KBS가 제작해 2015년 3월 2부작 특집극으로 먼저 방송했지만 처음부터 영화 개봉을 목표로 뒀다. 이유가 있다. 이나정 감독은 “TV콘텐츠에만 머문다면 일본 등 해외 방송사는 구입하지 않을 게 뻔했다”며 “세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공동체 상영처럼 작은 규모라도 많은 이들이 보게 하려면 영화가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눈길’은 험난한 시대에 태어난 탓에 위안부가 된 두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그들의 상처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이나정 감독은 그 시대 두 ‘소녀’의 마음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실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역시 소박하게 꿈을 키운 소녀였다고 말한다.

“1940년대 소녀들이 가진 고민이 무엇인지 궁금해 다큐멘터리나 당시 사진, 위안부 수기 등을 살폈다. 어떤 옷을 좋아했는지까지 찾으려 했다. 박경리 작가의 초기 소설들을 읽으면서 정서를 담았고 아이디어도 찾았다.”

그 주인공인 김새론은 실제 나이와 비슷한 10대 소녀를 연기한다. 부잣집 외동딸로 일본 유학을 꿈꾸는 엘리트이지만 아버지의 독립운동 전력이 발각되면서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는 인물이다. 김새론이 아니면 과연 누가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만큼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김새론에게 ‘눈길’은 처음엔 “참여하고 싶은 작품”으로 다가왔다. 대본을 읽다 궁금증이 일면서 관련 자료를 찾았고, 그제야 자세히 알지 못한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비록 간접적인 체험이지만 “알수록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다. 나처럼 몰랐던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정할 때 주변에선 전적으로 내 의견을 존중한다. 확신이 드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

영화 ‘눈길’의 이나정 감독. 사진제공|워너비펀
영화 ‘눈길’의 이나정 감독. 사진제공|워너비펀

● ‘눈길’을 넘어서

꼼꼼한 이나정 감독은 ‘눈길’의 실제 촬영기간이 17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한다. 영상미도 탁월하다. 얼어붙은 계곡 위를 걷는 김새론의 모습이 드러내는 분위기가 대표적이다. “얼어붙은 얼음 안에 물이 흐르고 있듯,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마음을 깨고 그 안에 있는 물길을 터트리고 싶은 마음으로 완성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 과정은 감독에게도 위로가 됐다. “처음엔 고통이 따를 줄 알았다”는 그는 “어려워도 삶은 이어진다는,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는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눈길’을 통해 한 뼘 성장하기는 김새론도 마찬가지. “연기를 따로 배우지 않는다”는 그는 앞서 ‘아저씨’와 ‘도희야’ 등 영화로 증명한 실력 그 이상을 드러내 보인다. 감독은 그런 김새론을 “직관으로 표현하는 연기자”라고 했다.

김새론은 만족하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을 정도의 ‘연습벌레’다. “인터뷰가 잡히면 예상 질문을 뽑아 답을 생각한다”며 “과제를 마치지 않으면 잠도 자지 않는, 완벽주의에 가깝다”고 스스로를 평했다.

하지만 연기에서 벗어나면 쾌활한 성격답게 친구도 많다. 아역부터 출발한 또래 연기자부터 악동뮤지션처럼 음악 하는 친구도 여럿이다. 이들은 김새론의 ‘눈길’ 출연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김새론은 “소녀상 배지나 휴대전화 케이스를 구입하면서 기부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을 친구들에게 전해줬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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