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시장·빈티지숍 발품…‘쌍팔년도’ 추억 선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7시 05분


“더 촌스럽게…”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복고풍 의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제공|CJ E&M
“더 촌스럽게…”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복고풍 의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제공|CJ E&M
■ ‘응답하라 1988’ 복고패션 어떻게 준비하나?

제작진 서울·경기 인근 구제시장 수소문
통 넓은 청바지 옷 원단까지 고른 뒤 리폼
극중 캐릭터 의상 색상·패턴 꼼꼼히 챙겨


배꼽 위로 올라오는 청바지, 빛바랜 청재킷, 목 늘어난 맨투맨 티셔츠, 후줄근한 후드 티셔츠….

1980년대 유행했던 의상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안방극장을 ‘쌍팔년도’의 추억으로 물들이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이 당시 유행했던 패션이나 소품으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아날로그의 감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기까지 각 출연자들의 스타일리스트들은 서울, 경기 인근의 모든 구제 시장이나 빈티지숍 등을 샅샅이 뒤지며 발품을 팔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제작진의 ‘꼼꼼함’ 때문이다. 디테일이 중요한 ‘복고 드라마’인 만큼 제작진은 당시 발간된 잡지 등 방송을 통해 세세하게 취재했다.

제작진이 구상한 패션 콘셉트를 각 연기자들의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하면서 소재, 패턴, 색상까지 꼼꼼하게 요구했다. 이는 극의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혜리와 남자주인공 4인방인 류준열 고경표 박보검 이동휘 등 젊은 연기자들에게 주로 한정됐다.

혜리의 스타일을 담당하는 최희선 이사는 극중 멋내기를 좋아하고, 선머슴 같은 성덕선 캐릭터를 위해 스노우진, 즉 물 빠진 청바지 스타일 위주로 옷을 고른다. 30년 전 유행했던 청바지와 청재킷, 지금은 웬만한 패셔니스타가 아니면 쉽게 소화할 수 없는 ‘청·청 패션’이지만, 당시엔 ‘교복’ 수준이었다.

최 이사는 “요즘 시중에 팔고 있는 청바지와는 차이가 크다. PD와 작가님이 옷의 원단까지 신경 쓰는 편이다. 배꼽 위나 허리까지 올라오는 하이웨이스트 스타일에 통 넓은 스타일의 청바지를 어렵게 구했다”고 말했다.

때마침 1980년대 복고패션이 유행이어서 협찬으로 도움도 받지만, 당시와 어울리지 않는 재질이나 이질감이 드는 옷은 절대 입지 못한다. 그래서 최 이사는 서울 동묘 구제시장이나 빈티지 옷을 많이 파는 서울 서교동 홍대에서 최대한 촌스럽고, 빛이 바랜 옷 위주로 고른다. 아니면 그 마저도 어려울 땐 지금 유행하고 있는 옷을 당시 스타일에 맞게 리폼하기도 한다.

류준열도 마찬가지다. 극중 류준열은 ‘축구광’ 캐릭터에 따라 활동이 편한 야구점퍼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 그의 스타일리스트 임혜림 실장은 “유행이 돌고 돈다고 하지만, 디자인은 그 세대에 유행했던 스타일이 있다. 소재나 컬러가 화려해서도 안 되고, 패턴도 단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의 의상 구입 장소는 서울 동대문 광장시장이다. 밤부터 새벽에 주로 시장에 나가 당시 남자 고등학생들이 즐겨 입었던 ‘맨투맨’이라 불리는 스웨트 셔츠와 모자달린 후드 티셔츠 위주로 고른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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