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사할린 남북 통일예술제 D-2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8월 14일 07시 05분


1992년 8월16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입을 맞춘 남북 대중예술인들.
1992년 8월16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입을 맞춘 남북 대중예술인들.
■ 1992년 8월 14일

최근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비무장지대에서 폭발하면서 육군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에 정부는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대북 응징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는 여전히 경색된 상황. 광복의 기쁨을 기념하려던 남북 공동행사도 이미 무산됐다.

1992년 오늘, MBC예술단 변웅전 대표와 북한 평양예술단 최창일 단장이 러시아 사할린에서 마주 앉았다. 이틀 후 열릴 8·15기념 통일예술제(사진)의 프로그램 등을 논의하고 가수들의 합동무대를 성사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6일 오후 1시30분 유지노 사할린스크 코스모스경기장에서 남북한 대중예술인들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 무대에 나섰다. 그 전 해에 클래식을 위주로 한 남북한 공동 무대가 펼쳐지기는 했지만 인기가수 등 대중예술인들의 공연은 처음이었다.

이날 2만8000여 사할린 동포들의 환호 속에 등장한 남한의 가수들은 설운도, 현철, 주현미, 이선희, 심신, 최진희였다. MBC 관현악단과 무용단, 합창단도 함께였다. 북한에서는 평양에술단 소속 인민배우 정애란, 공훈배우 오명희, 이성훈 등과 전자악단이 참여했다. 무대에서 남북 여자가수들은 ‘아리랑’을, 남자가수들은 ‘고향의 봄’을 합창했다. 사할린 동포와 이들 출연진 모두 감격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북 가수들은 남한의 ‘우리의 소원’ ‘봉선화’, 북한의 ‘다시 만남시다’ 등을 바꿔 부르며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MC는 북남남녀(北男南女)의 합의에 따라 남한의 김희애와 평양예술단 공훈배우 오경철이 맡았다. 이들은 어색한 듯, 친근한 듯 분위기를 연출하며 2시간 30분 동안 펼쳐진 무대를 지켰다.

양측은 공연에 앞서 15일 사할린대 강당에서 처음 만나 연습을 했다. 그리고 서로 선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16일 공연이 끝난 뒤에는 저녁을 함께하며 우정을 다졌다.

그해 2월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발효시켰다. 4월에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8월 남북 고향방문단 교환이 무산되고 10월에는 남한조선노동당 간첩 사건으로 남북 화해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었다.

아픈 역사의 또 다른 피해자인 사할린 동포들을 위로하고 광복의 기쁨을 함께하는 남북의 공동무대, 통일예술제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열려 더욱 의미를 더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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