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의 컴백’ 김학래 “노래하는 시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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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5월 2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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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학래. 스포츠동아DB
가수 김학래. 스포츠동아DB
“‘진짜 음악’에 대한 꿈, 더 미뤄선 안 되겠기에 돌아왔습니다.”

1979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내가’로 대상을 받으며 데뷔한 김학래는 1989년 ‘김학래 전집’을 끝으로 가수 활동을 접었다. 너무 “방송용 가수”로 소모되는 데 대한 회의를 느꼈다. 상업성만 생각하는 사랑노래에만 천착하는 당시 가요시장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생의 향기가 묻어나는 ‘진정한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또래 사람들은 어떻게 인생을 사는지도 궁금했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을 해보고 그때 깨달은 것을 음악으로 만들어보리라 마음먹었다.

● “상업성 좇는 음악 싫어 조용히 사라졌다…새로운 인생은 어렵기만 했다”

“메시지가 있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의 길을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겠다는 마음으로, 은퇴 선언은 안했지만 조용히 사라졌다.”

옷을 만들어 파는 의류사업을 시작했다. 동업이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혼자서도 해봤지만 또 안됐다. 고객의 수요에 못 맞춘 디자인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전세 살 돈만 남겨두고 사업을 접었다. 신혼은 셋방살이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한 대형 레코드회사에 입사해 음반기획을 하게 됐다. 지금 표현으로 ‘프로듀서’였다.

하지만 회사 사정도 좋지 않았고, 자신이 기획한 음반은 출시조차 되지 못했다. 자신이 직접 기획과 홍보까지 했다. 김경호 5집까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인디밴드에 관심 있던 그는 ‘내귀에 도청장치’ 1집도 만들었지만, 언더에서 오버로 올리는 일은 어려웠다. 김경호로 재기에 성공하나 했지만 내귀에 도청장치로 다시 어려움을 겪고 말았다. 때마침 준비하던 신인가수도 중도에 포기하면서 “번 돈 많이 까먹고” 말았다.

2000년부터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현상유지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아들이 독일로 유학 간다고 해 따라가게 됐다. 2003년 연말이었다. “간 김에 유럽구경도 하고, 현지 음악도 듣고” 지냈다.

딱히 할 일은 없었다. 한국식당을 운영했다. 요리사 구하기도 힘들어 자신이 요리까지 했다. 일식·중식·한식 다 취급했다. 웬만큼 요리 실력을 갖게 됐다.

● 8년의 독일생활 접고 들어와 “더 늦기 전에 다시 시작”

아들의 유학이 끝나자 2011년 봄 함께 귀국했다. 이듬해 어쩌다 KBS 1TV ‘콘서트 7080’에 출연하게 됐다. 오랜만에 노래를 하면서 20여년 접어뒀던 꿈이 생각났다.

“어느새 나이는 쉰을 넘어버렸고, 더 늦춰선 아예 못하겠다 싶어” 곡 작업을 시작했다.

그가 만드는 곡은 30년 전과 달랐다. “시(詩)적인 음악을 하는” 가수 김정호를 멘토 삼은 김학래는 “팝가수”를 벗고, 자신이 원래부터 추구했던 “포크가수”로 돌아갔다.

1985년~88년 ‘김학래와 태극’이라는 밴드 활동을 했던 그는 포크록 음악을 만들어냈고, 26년 만의 새 앨범 ‘김학래 뉴&골든-겟 업 올드 보이!’에 3곡의 신곡을 담았다.

록발라드 ‘일어나 올드보이!’, 레게리듬의 록 넘버 ‘사랑이란 그런거야’, 클래시컬 발라드 ‘빛이 되어준 사랑’이 26년 만에 나온 신곡이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김학래 2.0’의 음악이다. 앨범의 14곡 중 11곡은 ‘슬픔의 심로’ ‘해야해야’ ‘하늘이여’ 등을 다시 불러 담았다.

“옛날 히트곡도 그 시절 감성이 살아있지만, 록으로 편곡됐고, 목소리도 좀 하드해졌다. 노래는 나쁜 습관을 버리고, 깔끔하게 부르려 했다.”

26년 만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김학래가 설 수 있는 무대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아이돌 가수들이 우대받는 세상을 탓할 수는 없다. 그도 “세상이 변했는데 우리도 적응해야지 않겠나. 그저 내 길을 묵묵히 가고 싶다”고 말한다.

● 상업적 성공보다 ‘좋은 음악’을

“제2의 전성기를 누려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예전에 꿈꿔왔던, 나만의 보람된 길, ‘진정한 음악’을 하는 가수로 잘 남기 위해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지금 내 음악은, 젊은이들도 좋아한다기보다 나와 비슷한 세대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아래위 한 세대쯤이 공감할 음악이다.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고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

그는 이번 앨범을 내면서 ‘거꾸로 보는 세상’이란 이름의 음반기획사를 냈다.

“세상을 좀 다른 각도로 보겠다”는 의미이고, “창작은 너무 평범하면 재미없는데, 평범하지 않은 생각으로 창작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신곡 ‘일어나 올드보이!’는 5060 세대에게 ‘우리 아직 젊다, 일어나자’고 격려하는 노래다.

“나는 58세인데 아직 멀쩡하다. 솔직히 마음도 아직 젊다. 젊은이들과 이야기해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데, 우리 세대는 사회에서, 직업 속에서 버려진다. 아직 우린 젊다.”

‘젊은 청춘’ 김학래는 상업적인 성공보다 “좋은 음악”으로,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했다.

“우리는 도태될 수 없다. 우리의 길을 가다보면 또 어떤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다. 배고픈 길이 되더라도, 언더그라운드 가수의 마음으로 가겠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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