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해밍턴 “군대리아 먹고 힘 불끈…진짜 한국인 다 됐죠?”

  • Array
  • 입력 2013년 5월 7일 07시 00분


한국에 온지 11년이 된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은 MBC ‘진짜 사나이’를 통해 군인의 꿈을 이뤘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처음으로 느끼는 가족과 같은 전우애에 더 없이 큰 행복을 느낀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한국에 온지 11년이 된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은 MBC ‘진짜 사나이’를 통해 군인의 꿈을 이뤘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처음으로 느끼는 가족과 같은 전우애에 더 없이 큰 행복을 느낀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예능 ‘일밤-진짜 사나이’의 호주용병, 샘 해밍턴

한국 생활 11년째 호주출신 방송인
어릴적 꿈 군인됐지만 아직 고문관
공포영화처럼 무섭고 긴장된 촬영
김수로 형 등 새 가족 생겨 즐거워요

거구의 외국인이 대한민국 군인들과 줄을 맞춰 거친 숨을 내쉬며 아침부터 달린다. 관등성명을 버벅거리고, 그렇게 쉽던 한국어도 군대에서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안절부절 못한다.

올해로 한국 생활 11년의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36)의 최근 모습이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를 통해 어린 시절 꿈이었던 ‘군인’이 됐지만, ‘군생활’은 녹록치 않다는 걸 깨닫고 있다.

샘 해밍턴은 어릴 적 외가의 영향으로 군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외할아버지, 외삼촌이 군인 출신이라 친구들과 총싸움, 전쟁놀이를 하면서 컸다. 자연스럽게 자신도 군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호주에서 2번이나 군입대를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그 꿈을 한국에서 이뤘다. 방송이지만 일반 장병과 같이 “나라를 지킨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나이를 무시 못하겠더라. 군생활이 힘들 거라 생각은 했지만, 내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에 더 놀랐다. 나 혼자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훈련도, 제한된 시간에 다같이 움직이려다 보니, 마음은 급한데 몸이 따라주질 않아 어렵다. 몸이 힘들다보니 스트레스도 심하다. 그래서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씻는 단체생활도 샘 해밍턴에게는 생소하다. 누군가와 이렇게 함께 지내본 경험이 없을뿐더러, 실생활에선 사용하지 않는 군대용어는 그를 매번 곤란하게 만든다. 가끔씩 말을 못 알아들을 땐 눈치로 분위기를 파악한다. ‘진짜 사나이’ 촬영을 앞둔 날은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분명 무서운데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버티면 분명 재밌는 일이 있으니깐 기대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샘 해밍턴은 ‘진짜 사나이’를 통해 ‘친구’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낯을 가리는 성격도 지금은 자신이 먼저 다가갈 정도로 변했다. “난 외아들인데 형제가 생긴 것 같아 좋다. 동생들은 챙겨주고 싶고, 형들한테는 배우고 싶다. 친구라는 우정을 넘어 가족이다. 집에 돌아오면 다 생각난다. 평생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나에게 이런 감정이 생길지 몰랐다.”

샘 해밍턴. 사진제공|MBC
샘 해밍턴. 사진제공|MBC

방송에서 샘 해밍턴이 극찬한 ‘군대리아’와 ‘바나나라떼’는 “먹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에게 군대리아는 “아침에 먹고 나면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는” 음식이고, 하루에 한 번 꼭 마시는 바나나라떼는 “훈련에 지친 몸을 추스르게 해주는” 존재다. 특히 바나나라떼는 “250원 가치 그 이상”이라며 흥분했다.

처음엔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대학 때 한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1998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고, 2002년 두 번째 한국방문 때는 3년 정도 일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점점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한국을 생각하는 마음도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살아야겠다고 스스로 결심하지도, 누군가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일 때도 있다.

그에겐 힘들 때마다 곁을 지켜주는 여자친구가 있다. 그러나 결혼 후 한국에 살아야 할지, 호주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이다. 아이가 혼혈이라 받을 주변의 시선, 혹시 모를 학교에서의 왕따, 한국 교육의 그 치열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그에게는 적잖은 걱정거리였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