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상 쾌거 ‘피에타’는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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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9일 0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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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는 구원에 관해 묻고 답을 구하는 영화다. 결론은 없다. 다만 끊임없는 물음만 있을 뿐이다.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의 영화 제목이 이야기의 절반이다.

주인공 강도(이정진)는 아내 앞에서 남편의 손을 잘라내며 사채 빚을 독촉하는 악랄한 남자. 태어난 순간부터 혼자였던 그 앞에 자신이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가 나타난다. 여자는 짙은 모성애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애에 둘러싸인 미스터리한 인물.

엄마를 의심하던 강도는 몇 가지의 사건을 겪으며 마음을 연다. 불안한 둘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비극적인 사연을 숨긴 엄마라는 여자, 그 엄마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강도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한 원죄로 인해 파국을 맞는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최고의 영화로 택해 황금사자상을 안긴 ‘피에타’는 현대사회의 잔인한 단면을 들여다본 영화다.

주인공들의 연기도 탁월하다. 특히 조민수는 영화에서 극히 적은 대사만 소화하고 상대하는 인물은 이정진이 거의 유일한데도 처절하고 세심한 심리 묘사로 영화를 이끈다. 17년 만의 영화 출연인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피에타’는 김기덕 감독에게도 남다른 의미의 작품이다.

2008년 이나영·오다기리조 주연의 ‘비몽’을 끝내고 잠행을 해왔던 그가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 극영화를 만든 건 4년 만. 지난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이슈를 만든 ‘아리랑’이 있었지만 다큐멘터리였고, 이후 내놓았던 ‘아멘’은 실험성 짙은 저예산영화였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를 두고 “현대 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식인화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인간애가 실종되어 가는 세상의 여러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이면에 담긴 잔혹성을 고발한다. 영화에서 인간을 점차 잔인하게 만드는 건 ‘돈’이다.

‘피에타’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7년 만에 진출한 한국영화.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이후 베니스와 인연을 맺지 못했던 한국영화는 ‘피에타’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 영화계에 단단한 존재를 드러냈고, 인정받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진출과 현지에서 얻은 호평 덕분에 국내 흥행 속도도 빠르다. 6일에 개봉한 ‘피에타’는 이틀 동안 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적은 수의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저예산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관객 수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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