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광고계약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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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5일 1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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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모델의 섭외과정은 전쟁터
● 문구 하나라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제이에스티나 모델이 된 소녀시대. 사진제공=제이에스티나
제이에스티나 모델이 된 소녀시대. 사진제공=제이에스티나
즘 TV나 신문, 잡지 그리고 길거리 광고판을 ‘소녀시대’가 뒤덮고 있다. 최신형 TV를 광고하는가 하면, 화장품과 스마트폰을 추천하기도 한다. 도대체 ‘소녀시대’가 무엇을 사라고 광고하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과연 이런 식으로 스타를 기용한 광고가 효과는 있는 것일지 의문이 들 정도다.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스타를 모방한다. 그리고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반대로 스타는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일정한 팬덤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스타의 인기와 영향력은 기업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한 홍보, 마케팅에 적절하게 이용되며 윈-윈 관계를 갖는다.

그럼, 스타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광고에 출연하는 것일까?

■ 광고에 있어 섭외과정의 중요성

광고의 제작과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 먼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광고를 제작하는 주체, 즉 ‘광고주’로부터 시작된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하고자 하는 전자회사에서는 그 제품의 광고를 위하여 ‘광고대행사’에 의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컴퓨터의 광고를 제일기획에 의뢰하여 광고의 기획과 제작 그리고 매체노출까지 의뢰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광고주의 홍보, 마케팅 담당자와 광고대행사의 기획자,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등 담당자들이 신제품의 특징을 고려한 광고 전략을 수립하고 광고를 기획하게 된다.

이렇게 기획된 광고는 영상, 인쇄, 옥외광고 등 분야별 ‘광고제작사’에 하청을 한다. TV광고의 경우에는 전문제작사(프로덕션)의 CF감독 등과 협의하여 세부적인 제작계획을 수립하고, 카메라, 조명, 음향, 편집, 세트, 분장 등 나머지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서 광고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 때 광고에 출연하게 되는 모델을 섭외하는 ‘에이전시’가 참여하여 적합한 모델을 추천하고 중개하게 된다.

따라서 스타가 광고에 출연하는데 있어서 모델에이전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광고전문가들 외에 광고주가 직접 특정 스타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타급 연예인들은 대부분 많은 광고에 출연 중이기 때문에 동종업계 또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충족되기는 힘들다.

실제로 A사의 스포츠의류 모델로 검토되어 낙점된 B양은 광고주의 최종 결정을 받아냈다. 그런데 그 와중에 C사의 의류모델로 계약된 사실을 알게 되어 급히 다른스타로 교체된 경우도 있다. 이는 동종업계의 광고를 같은 사람이 할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삼성핸드폰과 LG핸드폰을 동시에 출연할 수는 없는 이치다.

그러나 요즘은 스타들의 희소성과 더불어 스타의 권력화가 심화되어, 의류의 경우에는 정장류, 캐주얼류 그리고 스포츠 및 산악용품으로 나누어 3가지 광고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앞의 사례는 매니저가 광고모델계약서를 꼼꼼히 체크하지 않고 ‘모든 의류’라는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3개의 광고에 출연할 기회를 1회만 출연하게 된 경우다.
배우 김수현이 국내 대표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 W의  모델로 발탁됐다. 사진제공=프로스펙스W
배우 김수현이 국내 대표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 W의 모델로 발탁됐다. 사진제공=프로스펙스W

이렇게 광고모델계약은 연예활동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금전적으로도 그렇지만 연예인의 이미지 관리에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타는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미디어노출을 고수해야 한다.

■ 광고계약 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

당연한 말이지만, 광고주는 영향력 있는 스타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료를 지불하고 기용하여 오랫동안 광고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스타의 입장에서는 대기업이나 유명상표에 출연하며 이미지를 높이고, 짧은 계약기간에 많은 모델료를 받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연예매니지먼트사업도 수익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고주들은 최대한 모델료를 깎거나 제작된 광고를 오래 사용하려고 꼼수를 부린다. 계약 이외의 매체에 사용하거나 광고의 기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핑계를 대며 사용하기 일쑤다.

게다가 광고주를 ‘주님’으로 부르며 밥줄로 모시는 광고대행사들은 중간에서 광고주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연예인들이 원하는대로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에이전시에게 스캔들을 협박해서라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신인 연예인들에게는 더욱 심하다. 필자도 매니저로 활동할 때 신인 연예인을 대행할 때는 불합리한 처사를 수없이 겪은 바 있다. 유명 브랜드라는 이유로 평균 이하의 모델료를 강요하거나 심지어 출연계약서도 쓰지 않고 촬영을 강행한 후에 조건을 바꾸어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울며겨자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광고전문가들에게 들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회의에서 부회장급 인사가 특정 개그프로그램이 아주 재미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로 그 기업의 광고에는 그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계속 출연하고 있다.

이처럼 광고도 사람이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특정한 인맥이나 결정권자의 개인적 의견이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광고제작의 과정에서 대행사나 에이전시 같은 전문조직을 거치기 때문에 스타나 매니저들이 무조건 인맥에 목메는 것도 우스운 꼴이다.
㈜화승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 모델 김사랑. 사진제공=르까프
㈜화승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 모델 김사랑. 사진제공=르까프

■ 스타는 자본주의의 완전한 상품…

프랑스 대중문화연구가 에드가모랭은 ‘스타는 완전한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1cm의 신체까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다 상품이 될 수 있으며, 대중의 모방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적 논리에서 스타시스템의 가장 중심에서 활약하는 에이전트 혹은 매니저들은 연예인과 클라이언트들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야 되는 아주 힘든 역할을 담당한다. 그들을 고용한 사람이 연예인이란 사실도 인지해야 되지만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거나 영원히 소속연예인과 함께 일할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서도 안 된다.

따라서 에이전트나 매니저들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말고 공정한 계약을 중개하고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연예인이 연예활동을 함에 있어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을 꼭 챙겨야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돈’이다. 아마추어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그러나 프로는 직업으로서 자신의 실력을 돈으로 보상받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프로는 꼭 일정 보상을 받고 일해야 한다. 그리고 에이전트나 매니저는 꼭 적정한 대가를 받아서 자신의 고용주인 연예인에게 보상해야 프로라고 할 수 있다.

가수, 연기자, 개그맨 등 연예인은 직업이지 봉사활동이 아니다. 게다가 프로페셔널한 직업이다. ‘이건 무엇 때문에 그냥하자’라는 말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광고주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소속연예인의 권리를 잠시 포기하라고 권해도 안 된다.

최근 과도하게 몸값이 높아진 스타들의 행태도 고쳐야하겠지만 창의적 광고를 기피하고 스타만 고집하는 광고계의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 한국의 광고계는 광고주는 계속 높아져가는 스타의 몸값에 휘청거리게 되고, 결국 소비자가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결과이다. 결국 이러한 형국은 스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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