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20대 여배우들… 요즘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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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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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20대의 나이에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여배우 강수연(왼쪽)과 심은하(가운데), 손예진은 2000년대 청순가련형 미인의 대표 주자로 인기를 모았다.(위),  박민영(왼쪽)의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과 신세경(가운데) 주연의 ‘푸른소금’의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한효주는 전문가들에게 “드라마와 영화가 다 되는 기대주”라는 호평을 들었다.(아래) 동아일보 DB
1990년대 20대의 나이에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여배우 강수연(왼쪽)과 심은하(가운데), 손예진은 2000년대 청순가련형 미인의 대표 주자로 인기를 모았다.(위), 박민영(왼쪽)의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과 신세경(가운데) 주연의 ‘푸른소금’의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한효주는 전문가들에게 “드라마와 영화가 다 되는 기대주”라는 호평을 들었다.(아래) 동아일보 DB
스크린에서 주연급 20대 여배우가 실종됐다. 최근 영화에 얼굴을 내민 20대 여배우들의 흥행과 연기 성적표 역시 초라하기 그지없다.

신세대 스타 신세경(21)이 첫 영화 주연을 한 ‘푸른소금’(8월 31일 개봉)은 19일까지 69만 명 남짓한 관객을 모았을 뿐이다. 연기력도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는다. 드라마 ‘시티헌터’와 ‘성균관 스캔들’에서 눈길을 끌었던 박민영(25)의 데뷔작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은 올여름 6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윤은혜(27) 박한별(27) 등 20대 여배우를 대거 기용한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는 연기력 논란과 함께 관객 31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20대 나이로 2000년대 영화판을 풍미했던 손예진(29) 전지현(30) 이나영(31)의 뒤를 이을 지금의 20대 여배우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반면 30대 여배우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여름 최고의 화제작 ‘7광구’는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지만 주연인 하지원(33)의 도드라지는 존재감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었다. 김하늘(33)이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호연한 ‘블라인드’는 19일 현재 230만여 명을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20대 여배우들의 활약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 “닭이 먼저”… 제작여건이 여배우에게 불리

한 영화투자기획사 관계자는 “영화계에서 20대 여배우는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여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는 1년에 몇 편 안 되는데 그나마 이런 영화의 배역도 흥행성과 연기력이 검증된 손예진이나 김하늘 같은 30대 여배우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영화 시장의 주요 관객층이 20, 30대 여성이라는 점도 젊은 여배우들에게 불리하다. 여성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영화제작자들은 남자 주연의 비중을 높인다. 상대적으로 여성 주연의 존재감은 희미해진다.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국내 관객이 코믹영화나 액션영화를 선호한다는 점도 여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얻기 힘든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한국영화는)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드라마를 추구하는데 이런 점 때문에 남성의 강한 캐릭터가 유리하다. 여성은 보조 역할에 그치기 쉽다”고 말했다.

예전의 장진영 최진실 손예진 등은 이런 난관을 극복한 예외적인 경우라는 평가가 있다.

○ “달걀이 먼저”… 드라마만 찾는 여배우들

20대 여성 톱스타들이 드라마에 치중하고 영화를 기피하는 게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20대 여배우들이) 이름값을 높이기 쉽고 출연료도 많이 받을 수 있는 드라마를 선호하다 보니 영화에서 이들을 쓰고 싶어도 못 쓴다”고 지적했다.

드라마에만 출연하던 여배우는 영화에서 고전하기 십상이다. 김시무 부산국제영화제연구소장은 “드라마와 영화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드라마 시청자들은 배우 자체보다는 줄거리 전개에 관심이 많지만 영화 관객은 배우에 주목한다. 이 때문에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드라마로 유명해진 김태희 신세경 박민영 등이 고도의 연기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영화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여배우들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20대 여배우와 영화 만들기가 힘들다. 그들은 영화를 위해 헌신할 줄 모른다”며 “예쁜 척하는 20대보다는 출연진 스태프와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인격적으로 성숙한 30대 여배우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 “여배우로서 정체성 가져야”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현재 최고의 남자 배우인 송강호 원빈 강동원은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는다. 젊은 여배우들도 이들처럼 영화배우로서 성공해야겠다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무 소장은 “송지효는 ‘쌍화점’, 김규리는 ‘미인도’에서 과감한 노출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과감한 모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여배우 가뭄 속에서도 시원한 빗줄기 같은 가능성 있는 몇 명을 꼽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이민정(29)은 로맨틱 코미디 연기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오직 그대만’의 주연 한효주(24)는 “드라마와 영화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몇 안 되는 여배우”라는 찬사를 들었다. ‘써니’의 주인공 심은경(17)은 “10대지만 앞으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 재목”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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