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비딕’서 거대 음모에 맞서는 기자역 황정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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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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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서 3주 수습… ‘기자 맛’ 제대로 봤죠”

그는 특종을 밥 먹듯이 한다. 불의에 맞서 목숨까지 걸지만 후배에겐 한없이 따뜻하다. 많은 사람이 그리는 기자의 이상형이다. 9일 개봉하는 영화 ‘모비딕’에서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이방우 기자로 나오는 황정민(41·사진)은 기자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기사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자는 취재원을 잘 둬야 특종을 해요. 기자의 꽃은 경찰기자죠. 예전에 김훈 선배(소설가)는 고참 기자인데도 자진해서 경찰기자로 일했잖아요.”

황정민의 기자론은 3주간의 동아일보 수습기자 생활을 통해 형성됐다. 영화를 준비하던 제작사 측이 본보에 황정민의 교육을 의뢰해 온 것.

지난해 가을 그는 동아일보 사회부의 사건팀장과 법조팀장, 경제부 기자들의 취재 현장과 술자리를 따라다니며 기자 특유의 말투와 제스처를 익혔다. 당초 시나리오에는 경제부 기자로 나오지만 “음모를 파헤치는 일은 사회부 기자가 제격”이라는 조언에 따라 사회부 소속으로 바꿨다. 영화의 배경인 1990년대 당시 편집국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본사 신문박물관을 찾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편집국 내부와 세로쓰기 신문, 신문 스크랩북 등에 이 같은 견학 경험이 녹아들었다.

“기자는 경찰과 비슷해요. 뭔가를 밝혀내려고 집요하게 매달리는 모습이 닮았죠. 그런데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기자들이 더 세련됐다는 거예요. 펜을 든 우아함이라고 할까….”

그래서 원래 대본에 있던 욕을 모두 빼자고 박인제 감독에게 제안했다. 욕하는 기자란 어색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게 ‘기자스러움’일까 고민이 많았어요. 이렇게, 저렇게 가자고 감독에게 수없이 들이댔죠.”

황정민의 기자 교육을 맡았던 길진균 당시 동아일보 사회부 사건팀장은 “기자로 ‘구를’ 준비를 하고 잠바 차림에 가방을 메고 서울 방배동 집에서 버스로 취재 현장에 왔다”며 “취재원을 만나면 무얼 물어보는지, 취재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아주 꼼꼼하게 ‘취재’하던 자세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모비딕’은 1994년 서울 근교에서 발생한 발암교 폭파사건으로 시작된다.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거대 조직이 정부마저 좌지우지하는 음모에 맞서 이방우 기자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펼쳐간다. 영화는 1990년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모비딕’은 당시 보안사가 서울대 근처에서 운영했던 위장 술집 이름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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