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오달수 “연기 일상이 내 인생 일 없인 술도 못먹죠”

  • Array
  • 입력 2011년 2월 7일 07시 00분


■ 충무로의 절대 존재감…영화 ‘조선명탐정’ 개장수

지난해 영화만 8편출연 다작배우
‘조선명탐정’ 김명민과 쌍두마차

이성 이야기 등 모두 잡소리일 뿐
연기 말고 재주 없는 난 워커홀릭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당당히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 오달수. 그는 “연기란 일상이 되어야 하고 일상처럼 해야 하는 것도 바로 연기”라고 말했다.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당당히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 오달수. 그는 “연기란 일상이 되어야 하고 일상처럼 해야 하는 것도 바로 연기”라고 말했다.
“일 밖에 다른 얘기할 게 뭐 있나요?”

가볍게 맥주 한 잔을 주문하고 한 모금씩 홀짝홀짝 나눠 마시는 동안 오달수에게서는 ‘워커홀릭’(일 중독자)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워커홀릭 아니냐”고 묻자 오달수는 “정말 그런가?”라고 되묻듯 자문한 뒤 이내 “막상 쉬면 며칠 못간다”고 말했다. 술을 좋아하는 그는 요즘 연극 공연을 준비 중이다. 매일 연습이 끝나면 함께 연극을 하는 동료들과 오로지 일만을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곤 한다.

“이성? 돈? 정치? 물론 그런 것도 얘기하긴 하지만 모두 잡스런 것들이다. 일 말고는 얘기할 게 없다.”

작품과 무대, 그리고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시간도 모자란데 다른 것은 모두 잡소리란다. 이러니 그가 지난해 무려 8편이나 되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건 결코 이상할 게 아니지 싶다. 본인은 “마침 스케줄도 어긋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하기 싫은 걸 하는 건 아니다”고 말하지만, 일 욕심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지난 해 출연한 오달수의 영화 8편 가운데 하나가 1월27일 개봉한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 감독 김석윤·제작 청년필름)이다. 그가 당당히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조선시대 정조의 밀명을 받은 정약용이 관료의 비리를 캐내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오달수는 개장수 역을 맡아 정약용 역의 김명민과 함께 영화를 이끌어간다. 때로는 감칠나는 웃음의 연기로, 때로는 뭔가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캐릭터 연기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 영화에서 그의 역량이 한껏 빛난다.

● 대체할 수 없는 ‘절대 존재감’

그를 선택한 감독들에게 오달수는 ‘대체할 수 없는 그 무엇의 위상’으로 인식되곤 한다고 충무로 사람들은 말한다. 실제로 오달수가 그동안 출연한 다양한 작품들을 떠올려보라. 그가 아니면 누가 연기한다 해도 실감나지 않을 것이라는 상상이 지극히 현실적인 공감을 얻는다는 점에서 충무로 관계자들의 시선은 크게 틀리지 않는 게 아닐까.

정작 본인은 “그건 연기를 대하는 태도를 옳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못박는다. 심지어 그것은 “독”이다. 여전히 자신의 연기가 “닭살 돋듯하고 아쉽기만 하다”고 말한다. 그래도 관객이 자신을 봐주는 건 “편안함” 덕분일 거라고 짐작한다.

그도 관객의 기대를 모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기대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작품성 떨어지는 작품은 이제껏 필모그래피에서 없었던 것 같다”는 자부심 아닌 자부심을 갖고 있다. 결국 “작품이 빛나면 배우도 빛나 보이는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그는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의지가 여느 배우보다 더욱 확고해보였다.

오직 일에 관해서만 살고, 일에 관해서만 생각하고, 일에 관해서만 술을 마시는 건 얼핏 그에게는 당연한 일상일 터이다. “연기 말고는 다른 재주가 없다”며 스윽 웃지만 그 얼굴에선 진지함이 피어난다.

“연기란 작업도 결국 일이 아닌 일상이 되어야 하고 일상처럼 살아가듯 해야 하는 것도 바로 연기”라는 생각을 지닌 오달수는 그래서 “그동안 뚜벅뚜벅 걸어왔다. 인생이고 일상이니까”라고 말했다.

● 10년째 극단 대표 “그것을 저버리면 내가 맘 편히 돌아갈 곳이 없다”

그런 당연한 일상 속에서 오달수는 10일부터 또 다른 작업을 시작한다. 이날부터 막을 올리는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다.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대표인 오달수는 작품에 대해 자신처럼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한 아이의 성장기”라고 설명했다.

연극서 아이에게 집착하는 아버지 역을 맡은 오달수는 10년 동안 극단을 운영해왔다. 이제 40여명의 단원들과 함께 하는 그에게 “연기도 힘든데 대표의 짐을 내려놓을 생각은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하면 대체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모두 어디로 가겠느냐”고 되물은 그는 “그것마저도 버리면 나도 편안히 돌아갈 곳이 없다”고 답했다. 영화와는 또 다른, 연극에 대한 애정을 말하는 그에게 “이젠 출연료도 많이 뛰었겠다”고 넘겨짚는 질문을 던졌다.

“크게 변화가 없다. 하하하!”

웃음으로 가볍게 답하는 그는 “요구한다고 되는 건 아니잖냐”고 말했다. ‘다다익선’의 말을 그 역시 모르지 않을 터. 오달수는 그런 답변으로, 욕심을 일로 뿜어내는, 표현하지 않지만 절로 읽히는 표정을 내놓았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탁자 위에는 2병의 맥주가 더 올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