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신정연휴 극장가 암표상 들끓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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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일 07시 00분


1983년 신정 연휴를 맞아 재개봉해 매진 사례를 기록한 영화 ‘대부’의 한 장면. 스포츠동아DB
1983년 신정 연휴를 맞아 재개봉해 매진 사례를 기록한 영화 ‘대부’의 한 장면. 스포츠동아DB
양력 1월1일을 뜻하는 이른바 ‘신정’(신정) 연휴가 사라진 것은 1999년부터다.

음력설을 쇠는 전통을 무시한 채 1949년 처음으로 사흘을 쉬도록 정해진 신정 연휴는 1999년에 와서야 사라졌다. ‘구정’으로 불리던 음력설은 1985년 ‘민속의 날’로 뒤이어 1989년 ‘설날’로 명칭이 바뀌면서 사흘간 공휴일로 지정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설 연휴가 하루에서 이틀, 다시 사흘로 지정되기 전, 많은 사람들은 음력설인 ‘구정’을 새해 첫날로 받아들였다. 신정 연휴는 그저 연초 사흘간 주어지는 휴가일 뿐이었다.

그래도 연휴는 연휴. 극장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성수기를 맞았다. 1983년 신정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던 오늘, 대목을 맞은 서울 시내 14개 개봉관이 매진 사례를 빚었다.

이해 신정 연휴를 맞아 ‘소림자’ ‘솔져’ ‘007 유어 아이즈 온리’ ‘록키3’ 등 주로 외화가 개봉했다. 또 ‘사관과 신사’, ‘해바라기’ 재개봉한 ‘대부’ 등도 인기를 모았다. 여기에 어린이 관객은 ‘신 서유기’에 몰려들었다.

이런 인기 덕분에 더불어 재미를 본 사람들은 암표상들. 이젠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모든 티켓 발매를 온라인이나 자동화시스템 등을 활용한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예전엔 예약 개념도 별로 없어 암표상이 극장 주변에 들끓었다. 여러 영화를 복수의 상영관에서 상영하는 요즘 멀티플렉스 극장처럼 시간과 객석 여유를 살펴보며 영화를 고를 수 없던, 신작 영화 한편이 한 개 극장에서만 개봉하던 ‘단관 개봉’의 시절이었다. 모처럼 영화를 보러 나온 사람들에게 암표의 유혹은 쉽게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극장 암표상에 관한 이야기나 특별 단속에 얽힌 기사는 신문에 잊힐 만하면 등장했다. 또 일부 극장의 매표원들이 암표상과 결탁해 ‘동업’을 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았다.

‘암표는 사지도, 팔지도 말자’는 경구가 극장 앞에 자주 등장했지만, 역설적으로 암표상은 특히 영화의 흥행 여부를 가려주는 한 잣대였다.

흥행 영화의 경우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돼 마음먹은 시간에 영화를 보려면 눈물을 머금고 웃돈을 주고 암표를 살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일부 암표상들은 오랜 ‘현장 경험상’ 관객의 취향을 파악하는 ‘뛰어난 예측과 안목’으로 흥행작을 ‘만들어내는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때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소재로 등장할만큼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극장가 암표상들. ‘그때를 아십니까’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이제는 희미한 흑백TV 속 추억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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