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온라인 사이트서 100위 안에 든 가요제목 살펴보니…외계어 아니면 저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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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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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싱글곡 쏟아지며
가수들 경쟁 치열해져
도발-자극적 제목 선호

이효리
‘삐리빠빠’ ‘와랄라 랄라레’ ‘누 예삐오’….

10대들이 주로 인터넷 공간에서 쓰는 ‘외계어’가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 인기를 끈 가요 제목들이다. 동아일보가 올해 1월부터 16일까지 멜론 벅스 도시락 엠넷 등 주요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100위 안에 든 국내 가요의 제목을 분석한 결과 수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독특한 제목의 노래들이 인기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발표된 가요 가운데 독특한 제목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 외계어

최근 특정 가사와 멜로디를 수차례 반복하는 노래가 유행하면서 제목 역시 후렴구의 독특한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삐리빠빠’(나르샤) ‘와랄라 랄라레’(원투) ‘파이야(Fyah)’(박명수)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 제목들은 입에 익숙하게 오르내리며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실제 아무런 뜻이 없다.

원투
생소한 외래어 제목도 비슷한 효과를 낳고 있다. 제국의 아이들의 ‘마젤토브(Mazeltov)’는 히브리어로 ‘행운을 빈다’는 말이다.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은 우리말의 ‘뛰뛰빵빵’에 해당하는 영어로 ‘모두 저리 비키라’는 뜻으로 쓰였다. 애프터스쿨은 ‘쾅!’ 소리를 뜻하는 영어 의성어 ‘뱅(Bang)!’을 노래 제목으로 정해 고적대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활동했다. 포미닛은 ‘나’를 영어의 주격 소유격 목적격 소유대명사로 나타낸 곡 ‘아이 마이 미 마인’을 들고 나왔다. 에프엑스의 ‘누 예삐오(NU ABO)’는 새롭다는 뜻의 영어 ‘뉴(New)’와 비슷한 발음인 ‘누(NU)’에 혈액형을 뜻하는 ‘ABO’를 합성한 신조어다. 신세대의 출현을 의미한다는 것이 기획사의 설명이다.

○ 도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자극하면서 도발하는 노래 제목도 눈에 띄었다. 최근 발매된 조성모의 미니앨범 타이틀곡은 ‘바람필래’다. 신인가수 지나는 ‘꺼져줄게 잘살아’로 12일 케이블 채널 Mnet 가요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에 올랐다. 서영은은 ‘이 거지 같은 말’로 주목을 받았고 그룹 거북이의 멤버였다가 솔로 앨범을 낸 수빈은 ‘너 다시 군대 가’와 ‘여자가 담배 피는 게’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

○ 과격한 고통

이별이나 사랑의 초조함에서 비롯된 정신적 고통을 과격한 제목으로 표현한 히트곡도 여럿 있었다. ‘미쳐가’(간미연) ‘미친 거니’(바이브) ‘너 때문에 미쳐’(티아라) ‘미쳐서 너를 불러’(테이) 등 ‘미쳤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최근 시작한 SBS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이승기는 ‘정신이 나갔었나봐’라는 제목의 주제가를 불렀다. 나윤권의 ‘멍청이’, 별의 ‘심장을 버린 후에’도 사랑의 마음을 격하게 표현했다.

대중가요의 제목이 무의미하거나 자극적으로 ‘작명’되는 것은 경쟁이 심해진 시장의 영향이 크다. 특히 디지털 싱글곡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수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데다 히트곡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현실에서 쉽게 기억에 남는 자극적인 제목들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히트곡들의 노래 제목과 가사가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는 “감정 표현에 솔직한 신세대들의 연애 경향이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노래 제목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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