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 20여개 난립 닮은꼴 소재에 신선도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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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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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무한도전’ 이후 유사 오락물 넘쳐

‘리얼 버라이어티’ 오락물의 원조 격인 MBC ‘무한도전’이 2005년 4월 23일 첫 방송 이후 17일 방송 200회를 맞는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다수의 인기인이 서로 다른 일에 대처하면서 빚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담는 오락물이다. 무한도전 이후 급증해 최근에는 지상파와 케이블 TV에서 20여 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이 서로 닮은꼴이 돼가면서 시청자들에게 식상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 비슷비슷한 프로그램 줄이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데는 6mm 카메라가 여러 대 동원된다. 무한도전이 시도한 이 형식을 다른 프로들은 주제나 출연자 구성을 조금씩 바꿔서 만들고 있다. KBS2 ‘1박2일’은 여행, ‘남자의 자격’은 중년 남자들의 도전, SBS ‘패밀리가 떴다2’는 농촌 체험, KBS2 ‘청춘불패’는 걸그룹의 농촌 체험으로 주제를 바꿨다. MBC에브리원의 ‘무한걸스’는 출연자만 여성으로 바꿨을 뿐 내용은 무한도전과 거의 같다.

이들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동료(형제 또는 자매)’ 사이이지만 ‘연인’ ‘가족’ ‘부부’로 확장한 것도 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SBS ‘골드미스 다이어리’(이상 연인), MBC에브리원 ‘가족이 필요해’(가족), MBC드라마넷 ‘부엉이’(부부)가 그것이다. KBS2 ‘천하무적 야구단’(사회인 야구), MBC ESPN ‘날려라 홈런왕’(유소년 야구)은 ‘스포츠 리얼 버라이어티’에 속한다. 1박2일, 무한도전 같은 인기 프로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매주 수차례 재방송되면서 프로그램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닮은꼴 소재와 캐릭터

연예인들의 도전과 일상을 담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계속 반복되면서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데는 한계가 생겼다. 무한도전은 김연아, 마리야 샤라포바 등 스포츠 스타를 게스트로 내세우고 미국 뉴욕, 알래스카 등 해외 촬영을 나기도 했지만 화제몰이를 지속하지 못했다. 1박2일은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 등 기존에 성공한 내용을 다시 보여주기도 했다.

캐릭터도 서로 닮았다. 동료들을 속이는 ‘사기꾼 이미지’를 무한도전의 노홍철과 1박2일의 이수근에게서 볼 수 있고, 강호동(1박2일) 유재석(무한도전) 등 메인 진행자에게 다른 출연자들이 충성을 다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1박2일은 김종민, 무한도전은 하하를 합류시켜 변화를 도모했으나 기존 출연자 구성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만만찮다. 무한도전의 김준현 PD는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특성만으로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은 2008년 1월 시청률 30%를 넘겼으나 최근에는 10% 중반에 머물고 있다. 2008년 12월 시청률 30%를 넘겼던 패밀리가 떴다는 최근 시즌 2에 돌입한 뒤 시청률이 7.6%까지 떨어졌다. 이들 프로는 각각 자사 예능 1위를 토크쇼인 ‘세바퀴’와 ‘강심장’에 넘겨줬다. ‘청춘불패’ ‘천하무적 야구단’ ‘골드미스 다이어리’도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케이블TV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2PM의 ‘와일드바디’(Mnet), 티아라의 ‘티아라닷컴’(온게임넷), 유키스의 ‘뱀파이어’(MBC에브리원) 등으로 아이돌그룹의 일상만을 전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KBS조이 ‘미녀들의 1박2일’과 MBC에브리원의 ‘하쿠나마타타’는 시청률 부진으로 최근 종영했다.

문화평론가 이영미 씨는 “출연자들이 운동으로 경쟁을 하거나 모험을 하는 프로그램은 1970, 80년대 MBC ‘명랑운동회’, 2000년대 중반 SBS ‘X맨’, 그리고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의 양산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리얼 버라이어티 이후 새로운 형식의 모험 프로그램을 고민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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