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실제 존재? “가능성 있지만… ”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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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종영하는 KBS2 수목드라마 '아이리스'에서는 제목과 같은 이름의 국제 비밀 조직이 등장한다. '아이리스'는 남북한의 통일을 방해하고 조직의 이익을 위해 광화문 한복판에 핵폭탄을 터뜨리려고 하거나 남북한 수뇌부 암살까지 감행하는 집단으로 그려진다. 드라마는 '아이리스' 조직원들이 남북한 정부의 최고위층까지 진출해 국가가 아닌 '아이리스' 수장의 명령에 따르는 것으로 설정했다.

드라마 속 '아이리스'란 조직은 상상력의 산물일까? 동북아 외교와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드라마에서처럼 활동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구갑우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1990년대를 넘어오면서 북한의 위협은 상당히 약화됐지만 남북과 미국의 군비는 증가하고 있으며 남북한 분단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집단은 존재한다"며 "군사적 긴장 유지로 이득을 보는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가 '아이리스'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상 중국 연변대 교수는 "1979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실종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격 사망 등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이 없이는 설명이 힘든 사건이 있다"면서 "그 비밀 조직은 군산복합체 일수도, 다른 개념의 이익집단 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산복합체'는 군부와 대규모 방위산업체들의 상호의존 체제를 뜻하며 '군산공동체'라고도 한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1961년 1월 17일의 퇴임연설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것은 군산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는 위협"이라고 언급한 데서 비롯했다.

하지만 이런 비밀 조직이 드라마 '아이리스'처럼 활동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북한 상층부에 조직원을 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산복합체와 같은 초국가적인 이익단체들도 북한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60여 년 동안 큰 탈 없이 세습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과 남한 정부에는 조직원을 심을 수 있어도 오랫동안 1인 정치, 유훈 정치를 해온 북한에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소형 핵탄투를 반입해 광화문 한복판에서 핵 테러를 감행한다는 설정도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밀 조직이 대규모 테러를 감행하면 그 실체가 드러날 확률이 높다"면서 "공무원에게 로비를 펼쳐 정보를 빼내거나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만으로 이익을 실현할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그 공무원만 잘라내면 된다"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북한은 소규모 부대 이동하는데도 당·정·군으로부터 이중 삼중 통제를 받기 때문에 어떤 조직이 독자적으로 핵을 빼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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