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vs 용두사미… “결론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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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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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회~마지막회 시청률 등락 컸던 드라마들


‘내조의 여왕’은 배우 연기변신에 대박
전개느린 ‘돌아온 일지매’ 최대폭 하락
이해못할 줄거리 ‘스타일’ 뒷심 떨어져

한류 스타도 없었다. 방송 전 관심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초반 부진한 시청률을 딛고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이렇게 뒷심을 발휘한 드라마의 특징은 무엇일까.

화려한 시청률로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시청률이 떨어지더니 경쟁작에 밀리기 시작했다. 뒤로 갈수록 맥을 못 춘 드라마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올해 방송한 드라마의 첫 회와 마지막 회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을 비교해 상승률이 가장 큰 ‘대기만성’ 드라마와 하락률이 두드러진 ‘용두사미’ 드라마를 선정하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현재 방송 중인 작품은 첫 회와 가장 최근 시청률을 비교했다. 대기만성 작품은 마지막 회의 시청률이 15%를 넘은 것 가운데 골랐고, 용두사미 작품은 첫 회가 15%를 넘긴 것 중에 선정했다.

시청률 상승폭이 큰 작품들은 출연 배우의 성공적 연기 변신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화젯거리가 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이 올라간 공통점이 있다.

MBC ‘내조의 여왕’은 시청률이 첫 회 8.0%에서 마지막 회 31.7%로 네 배가량 뛰어 올해 드라마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 드라마는 당초 예정됐던 다른 작품의 제작이 무산되면서 첫 방송 두 달 전 갑자기 편성 계획이 잡혀 사전 홍보가 충분하지 못했다. 김남주가 8년 만에 TV 드라마로 복귀한다는 사실도 초반에는 기대만큼 반향이 없었다.

하지만 방송이 이어지면서 김남주는 기존 도회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코믹 주부로 성공적 연기 변신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30대 후반의 최철호와 윤상현은 긴 무명 생활 끝에 이 드라마로 ‘꽃중년’ 바람을 일으켰다. 작품을 쓴 박지은 작가는 “오랜만에 출연한 김남주와 윤상현 최철호 등이 그동안 쌓아놓은 내공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를 끌고 가는 ‘스토리텔링’의 힘도 흥행 열쇠 중 하나다. MBC ‘사랑해 울지마’의 김사현 PD는 “요즘 특정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시작하는 드라마가 많은데, 설정만 있으면 중간에 드라마가 무너진다”며 “이 작품을 쓴 박정란 작가는 미리 쏟아 붓지 않고 자신의 길을 투박하게 걸으면서 끝까지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기만성 작품들은 현재의 사회 분위기에 맞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줬다는 특징도 있다. 시청률 상승률이 178.69%에 이른 SBS ‘찬란한 유산’은 어려움에 처한 착한 여대생(한효주)이 훌륭한 사업가 할머니(반효정)를 만나 행복을 되찾는다는 줄거리로 불황기 시청자들의 정서를 따뜻하게 했다.

용두사미 작품들은 초반 화려한 출연진과 편성시간대의 이점으로 시청률이 높았다가 동시간대 경쟁작의 인기 상승과 같은 대외 악재와 지지부진한 줄거리로 시청률이 떨어졌다.

시청률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진 작품은 첫 회 18.5%로 출발해 마지막 회 8.2%까지 떨어진 MBC ‘돌아온 일지매’였다. 이 드라마는 한 달 늦게 시작한 동시간대 경쟁작 SBS ‘카인과 아벨’의 시청률이 15%에서 19%까지 오르면서 인기가 수그러들었다. 줄거리 전개가 느리고 전지적 작가 시점의 성우 내레이션이 어색하다는 평가도 걸림돌이었다.

KBS1 ‘집으로 가는 길’은 느린 전개와 뚜렷하지 못한 갈등구조를 보이면서 첫 회 20%대 후반이었던 시청률이 10%대로 떨어졌다. 중간에 작가가 교체되면서 이야기를 더 밝고 빠르게 전개하겠다고 했지만 시청률에는 도움이 못 됐다. 김혜수와 류시원 등 스타급 배우가 출연한 SBS ‘스타일’은 시청자들이 줄거리 전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시청률이 답보 상태를 보이다가 하락세로 종영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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