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석 아버지의 이름으로… “겁내지도 욕심내지도 마라”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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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 명품조연 고·창·석

“아침에 라면 먹고 하루 종일 카드값 독촉에 시달리고 밤에는 제시카 고메즈와 레드카펫을 밟는다. 모두 내 모습이다.”

배우 고창석은 ‘인생이 다 그런 것 아니냐’는 투로 “겁먹지 말자”고 말했다. ‘이것저것 지나친 욕심은 내지 말자’는 것이다. 또 ‘인생이 그렇듯 의도한 대로, 계획한 대로 펼쳐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라는 직업 역시 선택의 일이라고 말한다. “20년 동안 연기를 해왔다”는 그는 “하루 12번도 더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매일매일 선택하는 삶이나 마찬가지다”고 했다.

이런 선택의 시간을 보내며 그는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 봉 감독으로 일약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15일 개봉하는 영화 ‘부산’(감독 박지원·제작 오죤필름, 영화제작소 몽)으로 새롭게 관객을 만난다.

‘영화는 영화다’를 떠올린 듯, “떠밀리지만 작은 선택이 삶을 쭉쭉 밀어주는 것 같다”고 돌아본 그는 ‘부산’에서 술과 노름에 찌들어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 속에서 자신이 배신한 보스(김영호)의 아들(유승호)을 키우는 남자다.

그는 “밀려서 밀려서 살아오게 된 남자”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막가는’ 인생을 살았던 영화 ‘부산’ 속 캐릭터는 친아들이 아니지만 18년 동안 기른 정으로서 끝내 아들을 보듬는다. 부성은 그런 것인가보다.

현실 속 고창석도 한 아이의 아빠이다. 99년 결혼한 뒤 “신혼의 4∼5년을 서울의 한 변두리 단칸방에서 살던 때”도 있었고 그 때문에 “장인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부산에서 극단 생활을 하면서도 밤에는 공장엘 다니기도 했다.

철들고 아버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그러나 지금 아버지의 모습을 똑같이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상념에 젖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께 하지 못한 효도를 내 딸이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고마운 존재”라고 딸 칭찬을 늘어놓는다.

그는 서울 성산동의 공동체마을 성미산 마을에서 아이를 공동육아로 키우고 있다. 주민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공동육아가 처음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 동네가 고맙다”며 자랑이다. 이웃들로부터 말뚝이의 ‘뚝이’로 불린다는 그에게 일반적인 교육 방식을 택하지 않은 불안감이 없느냐고 물었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마을 아이들이 겁이 없다. 지금처럼 자란다면 나중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않겠는가.”

“겁먹지 말자”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안 것도 그 때였다. 자신의 아이가 “겁먹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는 세상 모든 아버지의 마음을 안 것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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