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리버스 토크] 스타 뒤 ‘숨은 일꾼’의 땀방울 스스로 빛나는 별은 없다!

  • 입력 2009년 9월 22일 08시 15분


코멘트
최근 비틀즈가 발표한 앨범들이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모두 CD로 다시 발표됐다. 모노로 녹음됐던 초기 음반에서 ‘리볼버’ ‘러버 소울’ 화이트‘ 그리고 후반기의 ‘렛 잇 비’ ‘애비 로드’까지 그들이 발표한 13장의 앨범이 이번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예전 LP로 소장했던 음반을 매장에서 CD로 다시 접해 반가운 마음에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옆에서 이 음반을 고객 감상용 플레이어로 듣던 두 젊은 남녀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꼭 클래식 같아, 이 노래는.” “역시 천재야,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맞다. 따지고 보면 비틀즈의 네 멤버가 모두 뚜렷한 자기 색깔을 지닌 음악인이었다. 하지만 단지 이들 네 명만 있었다면 우리가 듣는 비틀즈의 주옥같은 음악들은 탄생할 수 없었다. 사실 반짝이는 영감이 넘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 같았던 이들의 음악을 유려한 사운드와 매끄러운 멜로디로 완성시킨 사람은 따로 있었다.

비틀즈의 팬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아는 프로듀서 조지 마틴이다. 유서 깊은 길드홀 음악학교에서 공부하고 EMI 클래식 레이블에서 활약했던 그는 비틀즈의 초기 앨범부터 마지막 앨범까지 대부분의 히트곡 프로듀서를 맡았다. 완벽한 현악4중주로 시작되는 ‘엘레노어 릭비’나 첼로의 선율이 인상적인 ‘예스터데이’의 편곡은 조지 마틴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비틀즈 제5의 멤버’.

생각해 보면 마이클 잭슨 역시 퀸시 존스라는 당대의 명 프로듀서를 만나지 않았다면 과연 ‘팝의 황제’란 수식어를 얻을 수 있었을까.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마지막 황제’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옆에는 분신과도 같은 촬영감독 빅토리오 스토라로가 있었다. 또한 ‘베를린 천사의 시’를 감독한 빔 벤더스는 로비 뮬러라는 평생 동지가 있었고, 왕가위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은 크리스토퍼 도일이라는 촬영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꼭 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김건모 박미경 클론의 뒤에는 김창환이란 걸출한 프로듀서가 있었고, 젊은 음악 팬의 아이콘인 투애니원이나 빅뱅 뒤에는 트렌드를 이끄는 곡을 만들어준 같은 소속사의 선배 테디가 있었다.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같은 길을 가는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 감독의 우정은 이제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 인기 스타이든, 명감독이든 그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면을 보면 조용히 그들에게 명성과 신화라는 ‘아우라’를 만들어준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세상에는 혼자 저절로 되는 일은 절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마치 자신은 어머니 뱃속부터 완벽한 스타로 완성돼 세상에 나온 줄 착각하는 ‘철부지’들을 만날 때 나는 쓴 입맛을 다시며 그들에게 마음 속으로 질문을 던진다.

“당신 옆에는 과연 누가 있나요.”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oldfiled@donga.com

[관련기사]침체된 국내 음반시장 불법다운로드 탓 이제 그만!
[관련기사]주연보다 빛난 명품조연 우현 친근외모·감칠연기 끝내줘요
[관련기사]은근하고 깊은 맛 故 김승호 연기 그리워지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