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수다´는 이렇게 동네북이 됐다

  • 입력 2009년 9월 16일 1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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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토크쇼를 표방, 신선한 재미를 안겼던 KBS 2TV ‘미녀들의 수다’가 추락하고 있다. 저조한 시청률 늪에 빠졌다. 각종 논란으로 동네북으로 전락한 미녀들의수다에는 날개가 없다.

초기 미녀들의수다는 외국인들이 바라본 한국의 현 주소를 조명했다. 낯선 외국 여성들이 출연해 한국인들이 몰랐던 한국을 일깨우는 포맷이다. 한국에서 겪은 난감한 에피소드, 한국의 특별한 점 등 매주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아냈다. 한국인, 한국남자가 단골 토크 주제였다.

장기 출연한 외국인들은 유명세를 타게 된다. 소속사를 업고 연예인 활동을 하는가 하면, TV 광고에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미녀들의수다가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을 벗어난 시점이다. 유명한 외국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야 맞다.

미녀들의수다는 2007년 말~2008년 초 꼭짓점을 찍었다.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올리며 꾸준히 두 자릿수 성적을 유지한 전성기다. 자체 육성한 외국인 스타들이 프로그램 자산으로 돌아왔다. 출연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들은 관심의 일종으로 표출됐다.

자연스럽게 출연자들은 연예계에 입문했다. 우즈베키스탄 미녀 에브둘레바 자밀라, 일본을 대표했던 사오리(장은주)는 매니지먼트사까지 업었다. 에바 포피엘(영국),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이탈리아), 비앙카 모블리(미국), 도미니크 노엘(캐나다) 등은 신용금고, 스파게티, 면세점 등 각종 CF에 출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애초 프로그램의 취지는 희석됐다. 외국 여성들의 눈을 통해 한국문화를 비추겠다는 초심은 사라졌다. 출연자들의 춤과 노래가 수다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인이었던 출연자들이 상업적인 광고에 출연한 점도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준 요인이다.

‘한국의 아무개가 인상적이더라’는 포맷에 끼워 맞출 주제는 시간이 갈 수록 고갈됐다. 자기표절, 말 바꾸기류 주제 선정으로 이어진 까닭이다. 한국에서 경험한 일 ○○○만은 숨기고 싶다(48회), 한국에서 쇼킹했던 첫 경험은 ○○○이다(49회), 한국에서 겪은 최악의 순간은(80회), 한국에서 두 번 다시 하기 싫은 경험은(93회) 식으로 같은 주제를 반복해야 했다.

최근 미녀들의수다는 초기 포맷에 큰 변화를 줬다. ‘뜨거운 감자 예스 오어 노’란 토론 코너를 내놓았다. 개고기 찬반 논란에서부터 연예인 사생활 보호에 대한 생각, 바람 피우는 남자 용서하겠는가 같은 글로벌한 주제들로 수다를 떨었다. 출연자들에게 시를 짓도록 하는 ‘미녀詩대’ 코너가 반짝 등장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은 아예 사라지고 없었다.

마지막 논란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는 시비다. 캐서린 베일리(뉴질랜드)가 어느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까발린 내용들이 발단이 됐다. 실제로 막창을 즐겨 먹지는 않지만, 막창이라는 말을 제작진이 좋아해서 자꾸 했다는 고백은 논란으로 불거졌다. 이후 캐서린을 미녀들의수다에서 다시 볼 수 없었다. 베라 호흘라이터(독일)도 자신의 블로그에 “KBS 예능 작가들이 마련한 대본을 읽는다”는 내용을 적었다.

심지어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있는 대본이 미녀들의수다에 없으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막창과 무관한 출연자에게 막창 예찬론을 펴라고 하는 조작이 있었는가이다. 술, 남자, 나이트클럽 등 자극적인 내용들은 흘러가는 것인지, 몰아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미녀들의수다는 4월 이후 꾸준히 한 자릿수 시청률로 일관했다. 14일 방송은 6.7%까지 추락했다.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꼴찌다. 이것만으로도 미녀들의수다는 충분히 동네북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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