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간 한국 배우-성과와 미래] 할리우드 흥행 못 찍었지만 ‘눈도장’ 꾹

  • 입력 2009년 9월 10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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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 높이는 게 최상 카드…이름 알리기 일단 성공, 최대 장벽은 ‘언어’

저 멀리 브루스리(이소룡)부터 청룽(성룡), 저우룬파(주윤발), 장쯔이, 리롄제(이연걸)에 이르기까지 중화권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뿌리를 내린 역사는 꽤 오래됐다. 이들은 특히 액션 및 무협 등의 영화에서 빛을 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물론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세계 영화 팬들 가운데 이들을 알지 못하는 관객들은 많지 않다. 특히 이들은 아시아 배우라는 ‘한계’ 속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한국 배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장동건, 전지현, 이병헌, 비(정지훈) 등 한국 스타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과연 해외로 간 한국 스타들은 지금까지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그리고 앞으로 그 전망은 어떨까.

○“출발은 성공적”

“한 계단 오른 느낌이다.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인지도를 높이는 데 최상의 카드가 아닐까?”

이병헌이 8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낯선 스토리와 콘셉트 그리고 무엇보다 생소한 캐릭터를 구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한동안 출연을 망설였다고 했다. 하지만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개봉을 앞둔 당시 그는 만족하는 듯했다. 이벙현의 만족감처럼 장동건, 전지현, 비(정지훈) 등 한국 스타들의 할리우드를 비롯한 해외 진출은 성공적일까.

이병헌에 앞서 비는 지난해 영화 ‘스피드 레이서’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전 세계 관객을 만났다. 11월에는 두 번째 할리우드 출연작 ‘닌자 어새신’을 선보인다. 전지현은 올해 상반기 다국적 프로젝트 ‘블러드’로 새로운 면모를 과시했다. 장동건 역시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할리우드 진출작 ‘워리어스 웨이’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리게 된다. 하지만 아직 작품이 개봉하지 않은 장동건을 제외하면 한국 스타들의 흥행 성적은 사실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이 이병헌의 등장에 힘입어 한국 관객 254만여명을 동원해 그나마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을 뿐 ‘스피드 레이서’나 ‘블러드’의 흥행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 관계자들은 이들의 해외 진출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영화 해외 마케팅 전문 엠라인 디스트리뷰션의 손민경 대표는 “완벽한 연착륙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배우들이 영어 등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현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며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행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최대 장벽은 언어”

손민경 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배우들이 할리우드 등 해외 시장에서 부딪히는 가장 높은 장벽은 역시 언어다”고 말한다.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레이스 박 등 한국계 배우들도 이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모두 “아시아권 배우들이 미국에서 활동할 때 언어를 얼마나 잘 구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지현의 경우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수년간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배우들은 해외 진출을 확정한 뒤 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거나 영어 대사를 원활하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언어 문제는 단순히 대사를 구사하는 것으로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촬영현장에서 감독과 프로듀서 등 스태프는 물론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좀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은 김윤진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완벽한 언어 구사가 꼭 활동에 장애인 건 아니다”면서도 어느 정도 수준의 언어 소통을 위한 준비는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개인 교습 등 시스템이 이미 마련된 할리우드에서 언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꾸준한 노력을 주문했다.

○“그래도 세계는 넓다”

그렇다면 한국 배우들의 해외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손민경 대표는 “전망은 밝다”고 내다봤다. 그녀는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인 만큼 한국 배우를 필요로 하는 작품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이 아시아권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할리우드 등 해외 영화 제작진은 아시아 시장을 노리며 한국 배우들을 찾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다만 이제는 좀 더 그 보폭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의 이병헌은 “훗날 (내가)원하는 작품을 고를 수 있는 단계까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영화 관계자들은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지역과 더 많은 장르 및 스토리를 통해 해외에 나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그 전망은 매우 밝다고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것은 한국영화의 성장과도 맞물리는 것이며 한국이 이미 아시아 영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고 이들은 말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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