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의 생존과 번식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EBS, ‘복원 프로젝트’ 9년 성과-한계 점검

EBS는 25일 자연생태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특명! 반달가슴곰을 복원하라’(오후 11시 10분·사진)를 방영한다. 이 프로는 2001년 국내 최초로 시도했던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과정을 다뤘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지리산 야생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현재 15마리다. 여기에는 반달가슴곰끼리 짝을 지어 낳은 새끼 곰 1마리도 포함돼 있다. 이 프로는 반달가슴곰들의 생태와 함께 곰들의 야생세계 적응을 돕는 복원센터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자연 속에서 반달곰의 적응을 돕는 일은 얼핏 소리 없는 듯하지만 막상 복원센터의 하루는 무척 바쁘다. ‘하나뿐인 지구…’도 촬영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방사된 반달가슴곰 가운데 한 마리인 21번 곰이 밀렵꾼들이 지리산 곳곳에 설치한 올가미에 걸려든 것이다.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반달가슴곰은 오히려 구출 팀에게 덤벼드는 등 난폭한 모습을 보였다. 구출 팀은 어렵게 곰을 잠재우고 올무에 잘린 발가락 봉합치료에 성공한다.

복원센터가 이 프로젝트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연 상태에서의 ‘번식’이다. 다큐멘터리 기획을 맡은 김봉렬 채널전략팀장은 “자연 속에서의 출산과 번식이야말로 반달가슴곰이 진정으로 자연에 적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새끼를 낳은 8번 곰은 복원센터가 가장 신경 쓰는 개체다. 1월 암컷인 8번과 10번 곰이 모두 출산에 성공했지만 10번 곰은 동면하던 굴에 물이 스며들어 추위와 체력저하로 새끼와 함께 숨졌다. 때문에 남은 8번 곰의 존재가 중요하지만 새끼를 낳고 예민해진 곰을 다루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프로는 자연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장면에 집중하다보니 반달가슴곰을 생태계에서 살리는 근본적인 이유나 의미를 되짚어보는 과정은 소홀했다. 9년째인 복원 프로젝트의 성과와 한계를 국내외 전문가를 통해 체계적으로 진단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김 팀장은 “생태보호구역인 지리산에 곰이 정착하는 일은 단순히 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사는 환경을 살리는 일”이라면서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진 반달가슴곰의 존재를 다시금 각인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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