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차리는 사람들] 휴먼다큐 ‘사랑’의 김새별 PD

  • 입력 2009년 5월 29일 07시 52분


눈물·땀으로 찍은 ‘사랑’, 세상 적셨다

‘사람, 사랑 그리고 인연.’

가족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로 시청자를 울린 MBC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의 김새별(36·사진) PD는 이 세 개의 단어를 차례로 말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휴먼 다큐 제작에 참여하며 수 없이 이 단어들을 생각했다는 그녀는 “사람을 향한 관심과 이해가 없었다면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 이웃이 겪는 절절한 사연을 화면에 담아 방송 때마다 반향을 일으키는 ‘사랑’은 올해도 평균 시청률 13-14%%를 유지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랑’은 29일 방송하는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Ⅲ’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시간과의 싸움, 진심의 소통’

김새별 PD는 올해 필리핀계 혼혈 딸을 입양한 배우 송옥숙 가족을 다룬 ‘네 번째 엄마’와 시한부 선고를 받은 12살 소녀 재희 양의 투병기를 담은 ‘우리가 살아갈 시간’의 제작에 참여했다. 두 편의 방송시간은 합해서 120여 분. 촬영은 6개월이나 걸렸다.

“가족들이 촬영팀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김 PD는 “촬영을 시작할 때 차마 묻지 못한 질문도 두 세 달이 지나면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60분 분량인 한 편의 다큐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테이프는 40분짜리 150여 개. 촬영을 끝낸 뒤 진행되는 편집에 대해 그녀는 “사법고시 공부를 방불케 한다”고 표현했다.

병원, 그중에서도 소아병동의 촬영은 더욱 난감하다. ‘우리가 살아갈 시간’을 찍는 6개월 간 김 PD는 재희 가족뿐 아니라 소아병동에서 자녀를 간병하는 다른 엄마들의 하소연까지 모두 들어줬다.

“환자들이 신경 쓰이지 않도록 조명도 켜지 않고 촬영하죠. 6mm 카메라 한 대만 들고 ‘없는 듯’ 조용하게 관찰해요.”

‘사랑’의 화면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어두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정작 내 가족보다 남의 가족에게 신경”

‘관찰자’로 현장에 머물지만 그녀 역시 사람인지라 마음이 동요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건 막을 수 없다. 김 PD에게 지난해 방송했던 고 안소봉 씨의 이야기인 ‘엄마의 약속’은 특히 남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안소봉 씨가 딸 소윤 양을 낳고 하루 뒤에 저는 쌍둥이 남매를 낳았어요. 어린 아기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는 모성이 어떨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죠.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걸 보며 ‘소윤이도 이만큼 자랐겠지’ 문득 떠오르죠.”

김 PD는 요즘도 소윤 양의 생일을 챙기는 건 물론이고 ‘사랑’으로 인연을 맺은 주인공들과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남의 가정 일에 신경을 쏟아보니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는 소홀해 지는 건 다큐 PD로 ‘직업 탓’이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는 송옥숙 씨 가족과, 새해 아침은 재희 양 가족과 보냈어요. 제 아이들은 케이크를 사놓고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 잠들어 버렸죠.”

95년 MBC에 입사한 김 PD는 2001년에는 장애인 성폭행을 다룬 다큐로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녀가 휴먼 다큐에 눈을 돌린 건 출산한 뒤다. “엄마가 되니 사람을 향한 이해심이 더 커졌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김 PD는 “시청자들이 ‘사랑’을 통해 살아있는 날들의 소중함, 곁에 있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면 다큐 연출자로 겪는 인간을 향한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lf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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