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시어머니 → 커리어우먼 → 독한 왕실 여성 → 복수의 화신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 드라마속 악녀 계보

악녀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1970년대 드라마 속 악녀는 착한 며느리를 시집살이 시키는 시어머니가 주를 이뤘다. 드라마 ‘여로’(1972·KBS)에서 바보 아들 영구(장욱제)를 극진히 돌보는 며느리(태현실)를 구박했던 시어머니(박주아)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에도 고부갈등을 그린 드라마는 이어졌지만 시어머니가 악하게만 그려지지는 않았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진취적인 여성상의 한 모습으로 악녀가 자리 매김했다. ‘미스터Q’(1998·SBS)의 송윤아, ‘토마토’(1999·SBS)의 김지영 등 커리어우먼형 악녀가 그들이다. 일과 사랑을 두고 동년배나 자매인 다른 여성과 경쟁했던 이들 악녀는 부유하지만 주인공보다 강한 경쟁심리와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이 계보는 승부사적 기질의 악녀 김지수가 동생을 버렸던 드라마 ‘태양의 여자’(2008·KBS)까지 이어진다.

2000년대에는 ‘여인천하’(2001·SBS)의 강수연(정난정), 도지원(경빈 박씨) 등 역사 속 권력자형 악녀가 인기를 모았다. 도지원이 표독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내지르던 “뭬야!”는 유행어가 됐다.

‘청춘의 덫’(1999·SBS)에서 남자에게 버림받고 “당신, 부숴버릴 거야”라며 복수를 다짐했던 심은하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버림받은 후 가족에게 독하게 복수하는 캐릭터는 2000년대에도 이어졌다. 장서희는 ‘인어아가씨’(2002·MBC)와 ‘아내의 유혹’(2009·SBS)에서 각각 아버지와 남편 등에게 복수했다. ‘아내의 유혹’의 김서형(정애리)은 고함치는 연기가 많아 ‘버럭 애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편 턱을 좌우로 흔들며 귀엽게 화를 내던 ‘환상의 커플’(2006·MBC)의 한예슬처럼 자기중심적인 귀부인 악녀도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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