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에세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 입력 2009년 5월 1일 07시 20분


진실 좇는 기자 모습에 대리만족

기자로 밥벌어 먹고 살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갖는 불만이 하나 있습니다. 숱한 작품 속에서 기자는 대체로 어딘가 모자라거나, 특종에 집착하는 냉혈한, 아니면 엉뚱한 소동을 일으키는 ‘귀찮은’ 존재로 묘사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비열함은 그들이 작품 속에서 지닌 속성이기도 하지요.

한 감독에게 농담삼아 이런 불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기자들이 진짜 그런 모습으로 비쳤나보다”고 웃으며 대꾸했는데, 정말 그런 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지요.

30일 개봉한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사진)는 한 베테랑 기자가 유력 정치인의 내연녀인 여성 보좌관의 죽음에 얽힌 음모와 비리를 추적해가는 이야기입니다. 기존 스릴러 영화에 비해 그리 특별할 것 없지만 영화는 반전을 거듭하며 사실을 쫓는 기자를 따라갑니다.

극중 러셀 크로는 예민한 촉수와 감각적 본능을 드러내는 기자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합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지닌 사람에게 이 영화는 큰 공감을 줍니다. 사실 추적과 그에 따른 기사 작성 과정에서 겪는 신문사 내부의 갈등, 취재원과의 친분과 기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기자, ‘임팩트 강한 팩트’에 대한 부담감, “기사의 품격보다 판매부수가 더 중요해”라거나 “새 경영진이 흑자 타령이야” 등 너무나 ‘귀에 친숙한’ 대사들, 또한 온라인 매체와 갈등하는 신문의 모습 등은 마치 내가 사는 현실을 들여다보는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마침내 그가 진실 앞에 다다랐을 때 사건의 핵심인물이 “당신이 대단한 줄 알아?”라고 쏘아붙입니다. 그러자 기자는 “왜? 신문 읽는 사람이 없어서?”라며 “진실” 운운합니다. “그래도 난 믿어! 독자들은 진실이 담긴 기사와 쓰레기 기사를 구별한다는 걸”이라고. 하지만 진짜 큰 울림은 “신문 읽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말에서 느꼈습니다.

뒤이어 함께 사건을 추적했던 온라인 매체의 신참 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기사는 신문을 들고 봐야 제 맛이죠”라고.

“신문을 들고 봐야 제 맛”을 느끼게 할 기사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보며 현실 속 기자의 모습을 떠올린 것만으로 그동안의 불만이 조금 수그러든 건 자기만족에 불과한 것일까요.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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