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기, 왜 그는 드라마보다 예능일까?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7시 40분


“젊은스타 몸값 올라 부모세대 출연비중 줄어”

“요즘 드라마 속에서 부모세대가 잘 안나오는 이유 아세요?”

자타 공인 ‘탤개맨’(탤런트+개그맨이란 뜻의 신조어)의 선두주자인 연기자 조형기가 던진 질문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녹화현장에서 만난 조형기는 대뜸 “나는 일부러 연기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조형기는 원래 경쾌한 시트콤에서 진중한 정극, 그리고 코믹한 캐릭터에서 극악한 인물까지 두루 연기할 수 있는 연기자이다. 조금 뜬금없는 그의 반문은 ‘연기자인데 왜 드라마보다 예능 버라이어티쇼에 더 자주 나오나’라는 일부의 힐난어린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다.

조형기는 “최근 방송되는, 또는 종영한 TV 드라마를 가만히 살펴보라. 부모가 없는 주인공, 또는 편부모 슬하의 주인공이 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스타급 젊은 배우들의 출연료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편당 제작비는 한정돼 있고, 주연급 젊은 스타의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드라마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지적한 드라마의 묘한 ‘트렌드’는 주말극이나 일일극보다 주연급 출연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니시리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미니시리즈 ‘베토벤 바이러스’(MBC), ‘타짜’·‘바람의 화원’(SBS), ‘연애결혼’(KBS 2TV) 등에선 주인공의 부모를 보기 어렵거나 혹은 나오더라도 편모, 편부이다.

자연 중장년층 연기자들이 출연할 배역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조형기는 2006년 MBC 드라마 ‘누나’ 이후 드라마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는 “한정된 역할을 두고 후배 밥그릇까지 빼앗으며 출연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다시 반문했다.

“본업이 연기자인데 나도 사극 등 다양한 작품에 나가고 싶다. 하지만 과거 내 경력의 배우들이 맡던 영의정 같은 역을 이제 후배들이 맡고 있다. 그런데 무작정 그 역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다보니 나와 비슷한 연배의 연기자들이 점차 출연 기회를 잃는다.”

그래도 조형기는 행복하다. 예능 프로그램이란 돌파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중견 연기자들은 아예 출연 기회를 잡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혹은 역을 맡더라도 자기 연배에서 한참 벗어난 인물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맡는 경우가 많다.

한 주말극에서 주인공의 할아버지로 나오는 중견 배우는 극중 사위로 나오는 연기자와 나이가 한 살 차이다. 두 사람은 불과 2∼3년 전만해도 함께 비슷한 연배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하지만 중년 연기자들이 출연할 역이 크게 줄면서 평소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캐릭터로 옮겨갔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 김영선 부위원장은 “경력 20년의 배우 출연료가 회당 200여만원이라면 대형 연예기획사 소속으로 얼굴이 알려진 1∼2년 경력의 신인 출연료는 500∼1000만원까지 가는 빈익빈 부익부가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견 배우들이 2∼3편의 드라마에 동시 출연해도 주연급 1회 출연료에 못 미치니 어쩔 수 없이 생계 때문에 중복 출연을 한다”며 “출연 기회를 빼앗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방침에 중견 배우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고 아쉬워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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