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대 할머니들 카메라 들고 만주로

  • 입력 2008년 8월 30일 02시 53분


2년 동안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잊혀진 독립운동가 염석주 선생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은빛둥지 할머니들. 사진 제공 은빛둥지
2년 동안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잊혀진 독립운동가 염석주 선생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은빛둥지 할머니들. 사진 제공 은빛둥지
잊혀진 독립운동가 염석주 선생 다큐 2년 걸려 제작

60, 70대 할머니들이 잊혀진 독립 운동가의 삶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노인을 위한 정보기술(IT) 교육기관인 ‘은빛둥지’는 국치일(國恥日)인 2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염석주를 찾아서-제1부 대지의 진혼곡’ 시사회를 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군과 상하이임시정부 등을 지원한 독립운동가 염석주(1895∼1944) 선생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은빛둥지 할머니들의 2년에 걸친 노력의 산물이다.

안산에서 주로 독립운동을 한 염 선생은 심훈이 쓴 소설 ‘상록수’에 등장하는 채용신(실명 최용신)의 농촌운동을 물질적으로 후원하고, 만주에서 농장 300만 m²를 개발해 독립군에 군량미를 공급하는 등 독립운동에 앞장섰지만 증빙 자료가 없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할머니들은 국회도서관, 국가기록보관소 등 전국을 돌며 염 선생의 활동을 보도한 당시 동아일보 기사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국내외에 흩어져 살고 있는 염 선생의 아들과 딸 등 직계 가족 100여 명을 찾아내 직접 증언을 들었다.

제작 단장인 강희정(78) 할머니는 “우리 고장의 훌륭한 인물이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이 안타까워 뜻을 모았다”며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중국 만주 11개 도시를 1400km나 돌아다닐 때는 기력이 너무 달려 주저앉아 울기도 여러 번 했다”고 전했다.

할머니들은 이번 시사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안산시와 함께 ‘염석주 기념 사업회’를 발족하고, 염 선생이 독립유공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국가보훈처에 요청할 계획이다.

라영수(69) 은빛둥지 원장은 “50분 분량 다큐멘터리는 공중파 방송에서도 총력을 기울여야 만들 수 있다”며 “젊은 사람들도 해내지 못한 것을 평균 연령 68세 할머니들이 해냈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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