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사장, 공영방송 지킬 능력도 의지도 없어”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KBS 노동조합과 공정방송노동조합이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공개리에 요구하는 가운데 KBS 일부에서 사장 퇴진 반대론이 나오자 노조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KBS 노조는 2일 특보를 내고 문답식으로 사장 퇴진 반대론을 반박했다. 노조는 특보에서 “정 사장은 지난해 수신료 인상에 다걸기(올인)하는 정책을 폈지만 실패했고 적자 규모에 대한 시비에다 KBS 정체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며 “사장 한 사람 바뀐다고 위기가 단번에 해소되진 않겠지만 정 사장에게 내년 11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보전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특보의 내용이다.

▽정 사장 퇴진 요구는 독립성을 훼손한다?=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정 사장의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정 사장 퇴진 요구는 연임기간을 포함한 지난 5년에 대한 총체적 평가다. 노조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사장도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정 사장은 KBS 구성원에게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합이 정 사장 퇴진 후의 청사진도 없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한다. 앞으로 KBS에 어떤 사장이 올지 알 수 없지만 조합은 정치적 독립, 방송에 대한 전문성, 도덕성을 갖춘 중립적 인물이 사장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구체적인 틀은 치열한 논쟁의 결과로 도출돼야 한다. 정 사장 퇴진 후의 청사진이 없으니까 내년 11월 임기 만료 때까지 정 사장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때엔 청사진도 필요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최근 5년간 재정은 안정적?=사측은 최근 회사 게시판에 ‘회사의 정확한 재정 및 경영상황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5년 결산의 누적 손익을 볼 때 적자는 44억 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측이 최근 ‘제작기반 붕괴가 우려된다’며 광고 수익 확대를 위한 편성을 실행하고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자본 예산을 삭감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제 논에 물대기’식 계산법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사측 자료만 봐도 ‘차감 순손익’에서 정 사장 재임 5년 중 3년간 1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가 기록돼 있다.

▽정 사장은 낙하산이 아니다?=(정 사장이 연임할 때인) 2006년 당시 노조가 요구한 ‘사장 추천위원회’는 흐지부지됐다. KBS 이사 11명 중 처음에는 ‘정 사장 연임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청와대의 ‘(정 사장 외) 대안 부재론’이 나오면서 뻔한 결과가 나왔다. 현재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만이 정치적 독립을 순결하게 사수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은 군색한 논리다.

▽수신료 현실화 실패, 책임은 구성원 모두가 져야 한다?=정 사장이 추진했던 수신료 현실화 안건은 17대 국회에서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 처분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볼 때 KBS의 구조적인 재원 위기를 해결할 대책은 수신료이고 노조도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은 묻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해 KBS 구성원 모두가 임금을 동결하고 한꺼번에 역량을 쏟아 넣은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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