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펀드 수익,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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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개 펀드 운용 중… 성공 거의 없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선 보기 드문 조인식이 열렸다.

영화 ‘한반도’ ‘실미도’의 감독인 강우석 씨의 이름을 내건 ‘강우석 펀드’ 결성 조인식. 영화감독의 실명(實名)을 딴 펀드는 처음이다. 실패 위험이 높아 영화에 투자하는 펀드조차 구경하기 힘든 외국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강 감독과 손을 잡은 창업투자회사는 “500억 원의 자금을 조성해 연 11.73%의 수익률을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우석 펀드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영화 투자에 성공한 펀드는 유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는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영화 드라마 관련 펀드는 사모(私募) 9개, 공모(公募) 2개가 있다.

하지만 이런 펀드가 늘어나는 데 대해 증권가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영화 흥행과 펀드 수익은 별개

펀드는 돈 되고 믿을 만한 곳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자산운용 업계에서 영화나 드라마 관련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신뢰도는 제로(0)에 가깝다.

백경호 우리크레디트스위스자산운용 사장은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영화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며 “장부 처리와 수익 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 제작 사모 펀드를 만들려다 취소한 적이 있는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현장 인력과 접촉해 보니 비용과 이익 추정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돈의 흐름이 비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나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더라도 그 이익이 투자자에게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펀드 열풍 속에 등장해 많은 관심을 끌었던 최초의 공모 영화 펀드인 ‘CJ 무비&조이’는 설정 이후 수익률이 약 3.5%에 그치고 있다.

이 펀드는 운용 자산의 65%를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35%를 영화에 투자했다. 채권 수익률이 연 4%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영화 투자에서는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 홍보 과정에서 관련 규정도 어겨

투자 대상의 수익성보다 유명 인사를 앞세운 홍보에 치중하다 보니 관련 규정을 어기는 사례도 빈번하다.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은 19일 SBS 드라마 ‘연인’에 투자하는 펀드에 관한 보도 자료를 냈다. 많은 언론이 관련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명백히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어긋난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지적이다. 이 펀드는 사모펀드라 30명 이하의 개인에게만 투자를 권할 수 있다. 예정한 만큼의 자금을 모으기 전에 언론을 통해 홍보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것.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이진석 수석조사역은 “비슷한 사례가 늘고 있어 곧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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